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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 l 호주 vs 일본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이충성이 환상적인 발리슛을 성공시키며 일본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 내내 주로 벤치를 지키던 이충성은 자신의 첫 번째 A매치 골을 결승전에서 터트리며 일본의 우승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발 라인업 l 카가와 아웃
홀거 오지크 감독은 6-0 대승을 거둔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을 구성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4-4-2였고 전방에는 변함없이 해리 키웰과 팀 케이힐이 배치됐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4강전과 비교해 두 가지 변화를 줬다. 부상으로 중도하차한 카가와 신지 대신 후지모토가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했고 오자카키는 기존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수비라인에서는 이와마사가 빠지고 카타르전 퇴장으로 한국전에 결장했던 요시다가 복귀했다.

전술 포인트① l 변형 스리백
0-0의 행진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며 다소 루즈한 경기양상을 띠기도 했지만 전술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다. 특히 일본의 전술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자케로니 감독은 호주가 공격적인 측면에 있어서 다소 우위를 보이자 후반에 시스템을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일본에게 우승컵을 안겨줬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조광래 감독이 자케로니처럼 적극적으로 스리백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정호를 투입하며 센터백 숫자를 3명으로 늘리긴 했지만 전형적인 스리백은 아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추가한 4-1-4-1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반면 '스리백 신봉자'로 잘 알려진 자케로니 감독은 좌우 풀백들을 전진시키며 3-4-3 형태의 변형 스리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전 l 잉글랜드식 4-4-2
일본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한국전과 달리 선수단 전체가 조금은 지쳐보였고 포백 라인 또한 불안했다. 카가와의 결장도 영향을 미쳤다. 후지모토는 공격적인 측면에서 있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또한 하세베의 부진도 눈에 띠었다. 아무래도 한국과의 연장승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듯 했다.

반면 호주의 접근 방식은 매우 간결했다.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4-4-2를 사용했는데, 최종 수비라인에서부터 롱 패스를 통해 전방으로 볼을 연결했고 좌우 측면 크로스를 통해 계속해서 공중볼 싸움을 유도했다. 이것은 경기 초반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었다. 보통 케이힐이 헤딩 경합을 시도했고 키웰이 세컨볼을 노렸다.

호주 공격의 대부분 주장 루카스 닐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롱 패스를 통해 직접 전방에 위치한 케이힐에게 볼을 연결하거나 측면에 있는 루크 윌크셔의 오버래핑을 유도했다. 윌크셔는 우측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전진하며 꾸준히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는 호주의 주요 공격루트였다. 좌측의 다비드 카니도 마찬가지였다.

전술 포인트② l 템포의 차이
양 팀은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경기 템포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짧은 패스를 선호하는 일본의 경우 매우 느린 템포를 유지했다. 공중 보다는 발밑에서 찬스를 만들려고 애썼고 패스 게임을 통해 경기의 템포를 계속해서 늦추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적인 문제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호주는 볼을 소유할 때마다 곧바로 박스 안으로 투입했다. 그로인해 템포 자체가 매우 빠르게 유지됐고 이는 호주가 초반에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미드필더 운영의 차이가 분명했다. 양 팀 모두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사용했다는 점은 유사하다. 그러나 일본은 혼다가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고, 호주는 브렛 홀먼이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플레이를 펼쳤다. 홀먼이 비교적 자유롭게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윌크셔가 전진함에 따라 그를 전담해야할 나가토모가 중앙으로 이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지모토가 빠지고 이와마사가 투입된 이후 l 일본의 시스템은 3-4-3 형태를 띠었다.

후반전 l 자카로니의 3-4-3
이 경기의 가장 중요한 전술 변화는 후반 56분 찾아왔다. 자케로니 감독은 후지모토를 빼고 센터백 이와마사를 투입했다. 윙포워드 대신 센터백이 투입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이 수비를 강화하며 연장 승부를 유도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변화는 일본이 경기를 지배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일본이 센터백이 한 명 더 추가한 이유는 경기 내내 호주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케로니 감독은 이와마사를 투입했고 그는 비교적 신장이 작은 곤노보다는 케이힐과의 경합을 잘 이겨냈다. 이와마사가 투입되며 일본은 3명의 센터백이 포진한 스리백 형태를 띠었고 좌측 풀백 나가토모는 측면 미드필더로 전진했다.

우승의 열쇠 l 나가토모와 이충성
미드필더로 올라간 나가토모는 윌크셔를 압박함과 동시에 위협적인 측면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는 일본이 경기 주도권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가토모 못 지 않게 우측의 우치다도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그로인해 일본의 포메이션은 마치 3-4-3처럼 보였다(이것은 자케로니가 세리에A시절 가장 즐겨 사용했던 포메이션이다)

물론 완벽한 3-4-3은 아니었다. 우측의 우치다가 수비시에는 밑으로 내려오며 포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자케로니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다. 곤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려 했지만 대신 나가토모를 미드필더로 올렸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 역시 포백인지, 스리백인지 상당히 헷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일본이 볼을 소유한 채 공격을 시도할 때는 스리백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내 언론이 조광래호에게 기대하는 변형 스리백인지는 모르겠지만(변형의 주체가 완전히 다르기는 하지만) 자케로니의 일본은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어쨌든, 시스템 변화를 통한 나가토모의 전진은 일본이 우승을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두 번의 결정적인 헤딩 찬스를 만들어냈는데, 첫 번째 오카자키의 헤딩은 간발의 차이로 빗나갔고 두 번째 이충성의 발리슛은 호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나가토모의 크로스도 뛰어났지만 호주 수비진의 에러가 더 치명적이었다. 이충성을 견제하고 있던 카니는 나가토모가 크로스를 올리자 볼을 쫓아 자신의 자리를 벗어났다. 덕분에 이충성은 순식간에 노마크 찬스를 맞이했고 완벽한 슈팅으로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갈무리 l 자케로니의 마법
개인적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선수였지만 자케로니 감독의 변화가 아시안컵 결승의 진짜 열쇠였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후반 우디네세와 AC밀란에서의 성공 이후 '옛날 감독' 소리를 들으며 다소 평가 절하됐던 자케로니는 일본 감독 부임 이후 전술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축구 팬이기 이전에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의 우승이 배가 아프지만, 그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승할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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