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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액션 l 안경남]
4월 19일 밤 10시 35분, MBC-TV 스페셜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가 방영됐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 박지성을 보여주고자 한 이 프로그램은, 박지성은 물론 그의 가족 그리고 지인, 축구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지성의 28년 축구인생을 되짚었다.

사실 최근 현지에서 진행된 박지성의 인터뷰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이미 국내에 알려진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3년 전, 박지성의 자서전 <멈추지 않는 도전>을 읽은 적이 있는 필자에겐 더더욱 그러했다. 물론, 책을 통해 글로써 느꼈던 것과 영상을 통해 직접 박지성의 음성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의 느낌은 달랐다. 과연, 이토록 오랫동안 ‘축구선수’ 박지성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만큼 그라운드 속 박지성과는 다른 박지성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다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또 가장 박지성이란 선수를 잘 표현했던 말은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였다. 본인 스스로 아이러니한 말이라고 밝힌 이 한마디는, 어쩌면 우리가 아는 박지성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대한민국 축구선수 중 가장 축구를 잘하지만, 팬들 입장에선 너무도 평범해 가장 재미없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는 언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TV를 통해 비춰지는 박지성은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이지만,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늘 무뚝뚝한 표정과 틀에 박힌 말솜씨(?)로 언론과 팬들을 대해왔다. 때문에 우리는 박지성을 축구만 할 줄 아는, 그러나 무뚝뚝하고 순진한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박지성이 스스로 이러한 이미지를 만든 이유는 다큐를 통해 밝혀졌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를 싫어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단지 축구를 잘하고 싶을 뿐이며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관심의 대상이 되길 좋아하지 않는 박지성이다.

그럼에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박지성이란 선수로 인해 참 많은 감동을 누려왔다. 대표팀에서 늘 극적인 순간 골을 터트리며 우리들을 흥분케 했고,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하며 게임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기쁨을 우리에게 선사해줬다. 박지성이 있기에 우리는 축구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 포르투갈전 환상의 왼발 슛 (2002. 6. 한일월드컵 조별예선)

2002년 6월 포르투갈과의 한일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리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 박지성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박지성이 골을 넣자 히딩크는 제자에게 손짓을 보냈고, 박지성은 그러한 히딩크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 그의 품에 안겼다. 순간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필자 역시 당시의 짜릿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며칠 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이탈리아전을 통해 이에 못 지 않은 짜릿함을 선사하긴 했으나, 16강이란 평생 이루지 못할 것 같던 꿈을 이루게 해준 박지성의 한방은 필자 개인에겐 그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

▲ AC밀란전 벼락같은 왼발 슛 (2005. 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유럽축구를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당시, 케이블 채널을 통해 중계된 PSV아인트호벤과 AC밀란간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은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한 그런 경기였다. 1차전에서 0-2로 패하며 홈에서 2점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아인트호벤은 박지성의 멋진 선제골로 역전에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5-5 동률에도 불구하고 결승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박지성이 보여준 열정은 새벽에 졸음을 참아가며 경기를 지켜본 우리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안겨주었다.

▲ 프랑스전 재치있는 슛 (2006. 6.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프랑스와의 일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될 정도로 몸값과 실력 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팀들 간의 대결이었다. 더욱이 1차전(토고)을 승리한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1차전(스위스)에서 무승부를 거둬, 한국전 필승의지를 갖고 경기에 임한 상태였다. 예상대로 프랑스의 압박은 거세게 진행됐고, 티에리 앙리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져 나왔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고 프랑스의 골문이 굳게 닫혀 있던 후반 36분, 설기현의 크로스를 조재진이 머리로 떨궈주자 쇄도하던 박지성이 발끝으로 살짝 방향을 바꾸면 골망을 흔들었다. 월리엄 갈라스는 억울함에 울부짖었지만, 6천만 붉은 악마들은 마치 승리라도 한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 이란전 통쾌한 헤딩 슛 (2009. 2.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어느덧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소년은 대표팀의 주장이 되어 있었고, 그는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천금과 같은 동점골을 터트리며 대한민국에 승점 1점을 선사했다. 이날 경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 팽팽하게 진행됐고, 선수 대부분이 고지대 적응에 애를 먹으며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데 애를 먹었다. ‘캡틴’ 박지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랜 비행시간과 피로로 인해 그의 움직임은 ‘산소탱크’란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해보였다. 그러나 영웅은 달랐다. 후반 35분, 기성용이 날린 프리킥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문전에 있던 박지성이 이를 놓치지 않고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이란의 골네트는 출렁였고, 박지성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이란 관중을 향해 소리가 작다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감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주듯이.

박지성은 맨유 입단 당시 이러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맨유 입단은 제 한계에 도전할 마지막 관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축구 선수로서 여기서 실패하면 내 한계가 여기까지일 거라는 생각, 그런 생각도 물론 했었고 내가 이 팀에 들어가서 과연 어디가 나의 끝인가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죠.”라고 말이다. 어느덧 박지성의 맨유 생활도 4년째 접어든 상태다. 그동안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겨루며 자신의 한계를 실험해 왔고, 위기를 극복하며 진화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진화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박지성이 뛰는 모습에 감동을 느껴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늘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서 말이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박지성 만큼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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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anley
    2009/04/20 19:32

    박까덜은 어제 저거 보면서, 뭘~ 느꼈을까...? (하긴) 워낙~ '아메바' 같은 넘들이기에

    뭘(!) 느끼지도 못했을거다.

    - 아.마.도 "저거~ 합성(?) 아니야, 합성~!! 그러믄서, 게거품 물지 않았을까 싶은데... T.T

  2. Favicon of http://vanbastin.egloos.com/ BlogIcon 반바스틴
    2009/04/23 11:34

    전 그냥 개인적으로 기대했던것에 비해 너무 식상했다랄까요. 충분히 예상할수있는 화면과 참고인터뷰.

    엄청난 기대에 비해 엄청난 실망감으로 봤습니다. 좀 색다른게 나올줄 알았는데 박지성선수 생활을 제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