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룰] '머니파워'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의 법칙
[피치액션 l 안경남] 유럽 이적 시장이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은하수 군단’ 레알 마드리드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올 여름 이적 시장은 세계 경제 불황과는 반비례 현상을 보이고 있다.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이 오가고 있으며 적지 않은 선수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날 채비 중이다. 이적 시장의 핵심은 결국 ‘돈(money)’이지만, 그 밖에도 여러 변수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돈만으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이적 시장만의 독특한 법칙 때문인데 워크 퍼밋(Work Permit), 보스만 룰(Bosman Ruling), 웹스터 룰(Webster Ruling)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만 이적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머니파워'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지만.
프리미어리그(EPL)로 가는 열쇠, 워크 퍼밋(Work Permit)
아마도 축구 팬이라면 한 번쯤 워크 퍼밋(Work Permit)이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등 해외파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노크할 당시 매번 언급됐던 사항이기 때문이다. 워크 퍼밋은 말 그래도 ‘노동허가서’다. 축구 선수 역시 직업의 한 종류인 까닭에 잉글랜드 노동청에서 소득이 발생하는 활동할 수 있도록 외국인에게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것이다. 잉글랜드가 이 같은 워크 퍼밋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궁극적 이유는, 무분별한 용병 영입으로 인한 자국 내 유소년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1992년 프리미어리그 발촉 이후 워크 퍼밋에 대한 제도가 보다 강화했다. 수준급의 외국인 용병을 확보하되, 자국 리그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미된 결과다.
워크 퍼밋의 발급 기준은 이렇다. 1) 현역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야 하며, 2) 워크 퍼밋 발급 신청일을 기준으로 최근 2년간 A매치에 75% 이상 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 대표급 선수들을 선별해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워크 퍼밋에 대한 규정이 절대적이진 않다. 75% 이상의 A매치 출전 횟수가 부족하더라도 유럽 축구전문가 혹은 감독들의 추천서가 있을 경우, 노동청에서 예외적으로 발급을 허가해 주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과 거스 히딩크, 요한 크루이프 등의 추전을 받은 박지성이 대표적인 예이며 최근에는 조원희 역시 부상 등을 이유로 75%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워크 퍼밋을 발급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예외 사례와 유럽연합(EU)소속 선수들의 면제로 워크 퍼밋에 대한 당위성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외국인 용병이 EU소속의 유럽 선수들로 이뤄져 있어 非유럽 국가 선수들에 대한 차별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떠할까? 잉글랜드를 포함한 영연방 국가들과 달리 대륙에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용병보유한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역시 대상은 非유럽 국가 선수들이 대상인데, 이탈리아는 보유한도에 대한 규정이 없는 대신 1년에 단 한 명의 非EU소속 선수를 영입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4명 보유에 3명 출전,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6명과 5명을 출전시키도록 하고 있다.
ⓒ the sun/보스만 룰의 창시자, 장 마르크 보스만(Jean-Marc Bosman)
선수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스만 룰(Bosman Ruling)
보스만 룰(Bosman Ruling)은 유럽 이적 시장의 가장 큰 변수이자 축구 시장 경제를 부풀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보스만 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또한 계약 만료까지 6개월 이상 남지 않은 선수에게는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선수에게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고자 재정된 법인 것이다. 보스만 룰 역시 웹스터 룰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때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벨기에 리그 RFC리에주 소속이었던 장 마르크 보스만(Jean-Marc Bosman)은 1990년 계약 종료와 함께 프랑스 뒹케르크로 이적을 추진했으나 소속팀의 반대로 이적을 하지 못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보스만은 유럽축구재판소에 리에주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5년 뒤 법원으로부터 “각 구단들의 이적동의서가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승소 판정을 받았다. 결국 1996년 유럽축구연맹(UEFA)는 보스만 판결에 대한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계약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선수의 경우 다른 팀과 자유롭게 이적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허락했다. (2001년 토트넘 소속의 수비수 숄 캠벨은 보스만 룰을 이용해 아스날로 이적한 바 있다. 때문에 캠벨에 대한 토트넘 팬들의 감정은 좋지 못하다.)
UEFA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 규정을 마련했는데, 2001년에는 선수들의 장기계약을 막기 위해 최장 계약 기간을 5년으로 결정했고, 23세 이하 선수들을 영입할 경우 이전 소속팀에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처럼 보스만 룰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반대로 선수들의 몸값 거품과 클럽 간의 격차를 벌이는 등 역기능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이적에 대한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 연봉을 많이 주는 팀들이 뛰어난 선수들을 독점하게 됐고, 이것이 클럽 간 격차를 심화시켰다. 또한 그 과정에서 영입전쟁이 일어나며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일도 발생했다. 이는 올 여름 이적 시장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는 고액의 연봉과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무기로 2007년과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카카와 호날두를 동시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보스만 룰이 지나치게 시장 경제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축구계가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 탤레그래프/웹스터 룰을 통해 위건으로 이적했던 웹스터는 현재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다.
웬만해선 이적을 막을 순 없다. 웹스터 룰 (Webster Ruling)
지난 2006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현역 선수인 앤디 웹스터(Andy Webster)에 의해 재정된 웹스터 룰(Webster Ruling)은 FIFA 규정 제17조 3조에 근거해 탄생했다. 당시 소속팀인 하츠에서 구단주와의 불화로 출전 명단에서 제외 돼 있던 웹스터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잉글랜드 위건으로 이적을 실시했다. 그로인해 하츠와 위건간의 소송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웹스터 룰이 만들어진 것이다. 웹스터 룰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보호기간이 지난 선수의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잔여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연봉을 지불하면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또한 보호기간이 종료된 선수는 구단에 미리 15일전 통보할 경우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보호기간’이란, 28세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3시즌(3년)이며 28세 이후에 계약한 선수는 2시즌(2년)이다. 당시 웹스터는 하츠와 4년 계약에 3년간 하츠에서 활약했었다. 가장 최근에 규정된 탓인지 아직 웹스터 룰에 대한 적용사례는 웹스터 이후 없는 상태다. 2008년 여름, 첼시의 프랑크 램파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호비뉴의 경우, 두 선수 모두 웹스터 룰의 적용 대상이었으나 램파든 재계약을, 호비뉴는 이적료를 통해 팀을 옮기면서 웹스터 룰을 실행하지 않았다. 웹스터 룰의 등장은 소속 클럽과 선수간의 장기 계약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5년 장기 계약을 하더라도 3년 혹은 2년이 지나면 웹스터 룰에 의거해 잔여 연봉을 보상한 뒤 헐값에 팀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적료 자체가 선수 본인에게 지불되는 것이 아닌 만큼 선수를 영입하는 클럽과 팀을 옮기고자 하는 선수에겐 득이 되는 셈이다. 이 또한 보스만 룰과 마찬가지로 클럽 간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유망주 육성을 통해 이적료를 챙겨 오던 아약스, 아인트호벤, 리옹, 포르투 등의 클럽이 넉 놓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빅클럽에게 빼앗길 수 있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은 K리그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K리그는 앞서 소개한 이적의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다. 물론 이적에 관한 규정이 없는 아니다. K리그도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K리그만의 이적 법칙을 만들었다. 그동안 기간에 상관 없이 이적과 트레이드 추진됐던 제도에서 1~3월과 7월 한 달간 일년에 두 번 이적 시장이 열리며, 그로인해 불합리했던 FA제도도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2005년 개정된 FA 보상금과 관련된 규정이다. 2005년 이전에 계약한 선수들은 입단 당시 받은 계약금으로 인해 FA가 되더라도 33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적 시 원 소속팀에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2005년 이후에 계약을 체결한 기성용, 이청용 등 어린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롭지만 대부분의 현역 선수들은 여전히 보상금이란 울타리 안에 갇혀 제대로 된 FA제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K리그 역시 세계의 흐름에 맞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럽의 제도가 옳은 것이고 K리그의 것이 틀리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세계 시장의 흐름이 유럽의 주도 아래 흐르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웃나라 일본 J리그의 FA제도 폐지와 보스만 룰의 완전 적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의 이익 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K리그에도 필요한 때이다.

2009/06/15 05:54
하하 정말 FM하면서 워크퍼밋때문에 무한로딩을 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ㅋㅋ
2009/06/15 11:59
그러셨군요~^^
저도 FM을 그만둔지 좀 되다보니, 가물가물하네요.ㅎ
좋은 하루 되세요!~
2009/06/15 10:01
이런 다양한 룰이 있군요~ 좀 어렵긴 합니다만...^^;;;
2009/06/15 12:02
넵~! 이적이란 게 여러 법적 제한을 만족해야만 성립 되더라구요~
물론 레알처럼 명문구단에, 연봉도 많이 주고, 이적료도 대출 받을 능력이 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요^^;;
2012/01/1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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