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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라이프 / 키르기아코스와 펠라이니의 충돌

[피치액션 l 안경남] 때론 불리한 상황이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궁지에 몰릴수록 예상 밖의 능력이 발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3번째 ‘머지사이드 더비’가 그랬다. 리버풀은 10명이 뛰는 불리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에버턴에 승리를 거뒀다. 퇴장이 리버풀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리버풀은 6일 밤(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09/20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에서 후반에 터진 디르크 카윗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지역 라이벌 에버턴을 1-0으로 꺾었다. 리버풀은 전반에 수비수 소리티오스 키르기아코스가 퇴장 당하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끈끈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머지사이드 더비의 승자가 됐다.

이날 승리로 리버풀은 13승 5무 7패(승점 44점)를 기록하며 아스톤 빌라와 비긴 토트넘(승점 43)을 제치고 빅4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에버턴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득점에 실패하며 8승 8무 7패(승점 32점)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양 팀은 잉글랜드 최고의 더비 매치답게 매우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상대 진영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며 주도권 싸움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무려 7장의 경고가 나왔다. 리버풀의 키르기아코스는 퇴장을 당했고 에버턴의 스티븐 피에나르는 공격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또한 거친 플레이는 후반 리버풀과 에버턴의 거친 몸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승패는 키르기아코스와 마루앙 펠라이니의 충돌에서 갈렸다. 키르키아코스가 펠라이니를 향해 거친 태클을 시도했고 심판은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리플레이 장면에서 펠라이니가 키르기아코스의 발을 밟는 장면이 목격됐으나 오히려 그 행동이 펠라이니의 발목 부상을 유발했고, 결국 펠라이니는 미켈 아르테타와 교체되고 말았다.

상황은 원정팀 에버턴에게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키르키아코스의 퇴장은 오히려 리버풀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10명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리버풀은 제이미 캐러거를 센터백 자리에 위치시켰고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우측 풀백으로 보직 변경시키며 포백 라인을 유지했다. 그리고 사실상 4-5-0 포메이션의 수비적 전술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때부터 에버턴은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당초 안필드 원정에 나선 에버턴은 경기 초반 강한 압박과 후반 역습을 통해 리버풀을 공략할 계획이었다. 이는 원정팀의 공식이자 객관적 전력에서 뒤진 에버턴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이 10명이 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리버풀이 역습을 노렸고 에버턴이 점유율 축구를 구사해야만 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에버턴은 엉덩이를 깊숙이 빼고 경기에 임하는 리버풀을 공략하는데 애를 먹었다. 랜던 도노번이 빠른 발을 이용해 리버풀의 측면을 여러 차례 무너트렸으나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리버풀의 집중력은 뛰어났고 에버턴의 슈팅은 페페 레이나의 눈부신 선방과 리버풀 수비진의 육탄방어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분위기는 점점 리버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후반 9분 코너킥 찬스에서 카윗이 방향을 바꿔놓는 절묘한 헤딩 골을 터트리며 에버턴의 골망을 흔드는데 성공했다. 골키퍼 팀 하워드와 필립 네빌의 결정적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194cm의 장신 미드필더 펠라이니의 공백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리버풀은 전반 초반 키르기아코스가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에 몰렸으나 오히려 이것이 팀의 집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반면 에버턴은 팀 전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펠라이니가 부상으로 교체되며 리버풀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밀렸고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퇴장이 머지사이드 더비에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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