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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액션 l 안경남]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경기의 흐름이 계속해서 바뀌며 도대체 누가 이길지 종잡을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 초반 나이지리아의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한국의 수비는 매우 불안해보였다. 그러나 이정수의 동점골이 터지고 박주영의 역전골이 터지며 한국은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계속되지 못했다. 김남일이 ‘X맨’ 역할을 톡톡히 하며 나이지리아에게 한 골을 헌납했고 승부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만약 오바페미 마르틴스가 정성룡을 제치고 골을 성공시켰다면 16강의 운명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좀 더 운이 좋은 팀은 한국이었고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완파하며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선발 라인업
한국은 그리스전과 똑같은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박주영과 염기훈이 전방에서 호흡을 맞췄고(염기훈은 기본적으로 중앙에 위치했지만 사실상 왼쪽 미드필더처럼 공격을 전개했다) 아르헨티나전에 결장했던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세 포지션에 변화가 있었다. 사니 카이타(퇴장) 대신 아얄라 유수프가 딕슨 에투후와 호흡을 맞췄고, 타예 타이우(부상)의 공백은 라비유 아폴라비가 메웠다. 그리고 노장 은완코 카누는 야쿠부 아예그베니 밑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 3명이 나이지리아 선수를 둘러쌓았지만 볼을 빼앗거나 상대 실수를 유발하지 못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상대를 견제하면서 나이지리아가 생각보다 쉽게 패스를 연결했다.

엉성한 압박
한국의 시작은 좋았다. 박주영과 이청용이 득점 찬스를 만드는 등 초반부터 경기의 흐름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압박의 강도는 세지 않았다. 전방부터 염기훈과 박지성이 많이 움직이며 상대를 견제했지만 단순히 쫓는 역할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공격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강한 압박은 아니었다. 결국 엉성한 압박은 전반 12분 실점으로 이어졌다. 오른쪽에서 치디 오디아가 볼을 잡은 뒤 너무도 쉽게 한국의 측면을 돌파했다. 이미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연결됐지만 한국의 센터백은 전혀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차두리는 측면에 있던 칼루 우체의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너무도 안일하게 크로스를 처리하려 했고, 그 틈을 우체가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2경기에서 6실점을 했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이 뛰어났지만, 한국의 수비가 약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미드필더 지역에서 선수들이 많은 움직임을 통해 압박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진 못하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모두 한국진영에서 너무도 쉽게 패스를 전개했다. 패스 길목을 미리 차단하거나 상대가 볼을 쉽게 다루지 못하도록 2~3명이 협력 수비를 통해 상대를 둘러쌓아야 했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매번 한 템포씩 늦었다. 때문에 상대가 이미 패스를 전달하거나 돌파를 시도한 뒤에 커버 플레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르헨티나전 수비전술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능력의 차이도 있었지만 엉성한 압박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에 많은 공간을 내줬고 결국 위협지역에서 파울을 할 수밖에 없었다.

ⓒ 데이라이프 /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

한국의 필살기, 세트피스
이번에도 한국을 구한 것은 세트피스였다. 실점 이후 한국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다시 주도했다. 엉성한 압박은 여전했지만,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성용의 프리킥을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 그리스전에 이어 또 다시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성공했다. 이정수의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그리스전처럼 수비수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노마크 찬스에서 골을 터트렸다. 이후 한국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면서 압박의 강도도 덩달아 세졌다. 이러한 흐름은 후반 박주영의 프리킥 역전골로 이어졌다. 이날 박주영은 대니 쉬투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상대 박스 근처에서 계속해서 파울을 얻어냈고, 끝내 프리킥을 작렬시켰다. 수비벽을 완벽히 무너트린 절묘한 킥이었다.

* 김남일의 시원한 백태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너무 위험한 행동을 저질렀다.

'X맨' 김남일
결국 팽팽했던 흐름은 무너졌고 한국이 경기를 완벽하게 주도했다. 적어도 김남일이 교체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남일의 실수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멍청한 짓”이다.(그전에 불과 1m도 안되는 거리에서 볼을 밖으로 차낸 야쿠부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상대의 패스를 차단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볼 컨트롤에 실패하며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고 말았다. 대표팀의 고참으로서 좀 더 신중한 플레이가 요구됐지만 그러지 못했다. 만약 마르틴스의 칩샷이 골문으로 향했다면, 김남일의 실수는 한국에게 엄청난 치명타가 됐을 것이다. 어쨌든 행운의 여신은 김남일을 버리지 않았고 한국은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김남일의 실수가 한국을 위기에 빠트렸지만, 페널티킥을 내준 것을 제외하곤 김남일의 플레이는 좋았다. 그러나 수비수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평가 받는 자리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 마르틴스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행운의 여신이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16강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라는 박지성의 말처럼, 한국의 16강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리스를 격파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아르헨티나에게 맥없이 무너지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실수를 거듭하며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한국이 경쟁자인 그리스, 나이지리아 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것은 사실이다. 비록 약간의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월드컵에선 실력 못지않게 행운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부디 이러한 행운이 16강에서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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