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2-1 브라질] 둥가의 전반전, 반 마르바이크의 후반전
[피치액션 l 안경남] 우승후보 브라질이 탈락했다. 브라질은 전반과 후반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무너졌고, 네덜란드는 상대의 수비실수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승리를 거뒀다. 12년 만에 4강 진출이다.
선발 라인업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카를로스 둥가 감독과 베르트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베스트11을 1번~11번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브라질은 엘라누가 부상으로 빠지며 다니엘 알베스가 투입됐고, 네덜란드는 요리스 마티이센이 워밍업 도중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하면서 안드레 오이에르가 선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등번호 13번 선수들이 대체 자원으로 선택됐다.
경기 초반 템포는 매우 느렸다. 브라질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주도했고, 네덜란드는 다소 경직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네덜란드의 주장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는 다소 전진된 위치에서 알베스를 견제했다. 그러나 문제는 알베스가 수비진영으로 자주 내려오며 반 브롱코스트가 위치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마이콘의 오버래핑을 통해 이 틈을 노렸다. 디르크 카윗이 전방부터 마이콘을 압박했지만, 마이콘에 전반에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오며 슈팅을 시도했다.
마이콘에 의한 공격도 날카로웠지만, 진짜 위험은 왼쪽의 호비뉴였다. 이날 네덜란드는 전반에 브라질의 왼쪽 공격에 대한 전담 마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전방의 아르옌 로벤은 미셸 바스토스가 전진할 때 견제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오른쪽 수비수인 그레고리 반 데 빌은 호비뉴와 바스토스를 막는데 있어 혼란을 겪었다. 호비뉴의 선제골도 그러한 혼란 때문에 발생했다. 바스토스가 전진하며 반 데 빌을 유인했고, 파비아누와 카카가 네덜란드의 센터백을 끌어들였다. 이때 호비뉴가 센터백과 오른쪽 풀백 사이를 파고들며 골을 터트렸다. 로벤이 마킹에 실패했고, 펠리페 멜루의 패스가 너무 좋았다.
브라질의 전반전
전반전은 브라질이 주도했다. 네덜란드는 공수에 걸쳐 문제점을 보였다. 수비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로벤이 위치한 오른쪽에서 상대 공격수에 대한 전담 마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격은 모든 포지션이 문제였다. 카윗은 마이콘을 견제했지만, 공격시에는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마이콘, 알베스)을 두 명이나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웨슬리 스네이더는 너무 깊이 전진하며 상대진영에서 거의 볼을 잡지 못했고, 로벤은 상대가 예측하기 쉬운 드리블 돌파를 반복했다.(로벤은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드리블 시도했다. 브라질은 이러한 로벤의 돌파에 속지 않았다. 사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때부터 로벤은 이러한 돌파로 많은 골을 성공시켰다. 슬로바키아전 역시 마찬가지다) 로벤이 돌파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예측 가능한 드리블 패턴을 선보였고 멜루가 적절한 커버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멜루는 1차적으로 로벤과 몸싸움을 펼쳤고, 주앙과 바스토스가 로벤의 볼을 가로챘다. 전방의 로빈 반 페르시도 브라질의 센터백을 상대로 고전했다. 반 페르시는 후방에서부터 공격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가 좋았던 점은 실점 이후 안정적으로 수비를 운영하며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수비라인을 두텁게 유지하며 공수 간격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브라질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했다. 때문에 브라질은 호비뉴의 선제골 이후 1~2차례 밖에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가장 좋은 득점 찬스는 호비뉴-파비아누-카카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콤비 플레이였다. 카카의 슈팅은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향했지만, 마르텐 스테켈렌부르크 골키퍼가 엄청난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네덜란드의 후반전
아마도 전반이 끝난 뒤, 네덜란드가 후반에 경기를 뒤집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브라질은 견고했고, 네덜란드의 공격은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는 후반에 어떠한 변화를 줬던 것일까? 사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포메이션은 그대로였고, 선수 교체도 없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달라졌다. 경기 템포가 빨라졌고, 더 많이 움직였다. 상대진영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약간의 위치 변화를 통해 공격 루트에 변하를 줬다. 네덜란드는 의도적으로 알베스-마이콘-질베르투-루시우가 위치한 브라질의 오른쪽을 피했다. 대신 주앙-바스토스-멜루가 위치한 왼쪽을 집중적으로 노렸다.(그곳은 브라질의 가장 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로벤은 전반 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비록 골을 넣거나 득점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드리블의 변화를 통해 브라질 수비를 흔들었다. 우선, 전반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드리블 대신, 터치라인을 파고드는 직선적인 돌파를 시도했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1) 멜루로부터 멀어지며 협력 수비로부터 다소간 자유로워졌고, 2) 바스토스의 파울을 유도했다. 실제로 바스토스는 로벤의 드리블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태클을 시도했고, 결국 프리킥을 내주며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둥가 감독은 바스토스의 파울이 잦아지자 그를 빼고 노장 질베르투를 투입했다)
다른 공격수들도 움직임도 달라졌다. 네덜란드의 공격은 주로 왼쪽에서 이뤄진다. 오른쪽에서 로벤이 드리블을 통해 돌파를 시도하고, 왼쪽에선 반 페르시와 스네이더 그리고 카윗(혹은 라파엘 반 데 바르트)이 삼각편대를 구성한다. 하지만,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후반에 이러한 움직임에 변화를 줬다. 반 페르시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공격 작업을 진행했고, 카윗은 중앙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스네이더 역시 주로 중앙에 머물렀다.(이러한 변화는 득점 찬스로 이어졌다. 반 페르시가 우측에서 드리블을 통해 브라질 수비를 유인하자, 중앙에 있던 스네이더에게 공간이 생겼다. 스네이더의 슈팅이 벗어나긴 했지만, 효과를 본 셈이다)
멜루의 자책골? 세자르의 실수!
네덜란드의 동점골은 스네이더의 크로스로부터 나왔다. 바스토스가 로벤에게 파울을 범하며 프리킥이 주어졌고, 네덜란드는 짧은 패스로 스네이더에게 볼을 연결했다. 볼을 받은 스네이더는 곧바로 박스안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브라질의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와 멜루가 엉키며 득점에 성공했다.(이때 바스토스는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프리킥을 내줬고 둘째, 스네이더가 볼을 잡았을 때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은 점이다)
당시 주심은 스네이더의 크로스를 멜루의 자책골로 기록했다. 이후 FIFA(국제축구연맹)이 리플레이 조사결과 스네이더의 골로 인정했지만, 이 장면은 멜루의 실수보다는 세자르의 펀칭 미스가 더 결정적이었다. 멜루의 경우 이미 볼을 향해 몸이 틀어진 상태였고, 세자르는 펀칭을 위해 나왔지만 볼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상대의 크로스를 그대로 흘리고 말았다.(세자르는 실수가 적은 골키퍼 중 한 명이다. 그는 아쉽게도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네덜란드의 동점 이후 경기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네덜란드는 전반에 비해 더욱 조직적이고, 더욱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는 역전골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왼쪽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됐다. 로벤이 코너킥을 올렸고, 카윗이 파비아누를 따돌리고 볼을 절묘하게 뒤로 넘겼다. 이때 골문 바로 앞에 있던 스네이더가 노마크 상황에서 볼의 방향을 머리로 바꾸며 브라질의 골망을 또 다시 흔들었다. 세트피스에서의 연속될 실수가 브라질의 수비를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멜루의 퇴장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경기력은 명확하게 엇갈렸다. 브라질은 다급해보였고, 네덜란드는 훨씬 여유롭게 볼을 전개했다. 압박도 매우 뛰어났다. 전반과 달리 질베르투와 멜루는 중앙에서 볼을 거의 잡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공세가 계속되자, 흥분한 멜루는 로벤을 상대로 거친 태클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로벤을 발로 밟았다. 심판은 곧장 레드 카드를 꺼냈다. 멜루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브라질은 더 큰 어려움에 빠졌다.
둥가 감독은 만회골을 넣기 위해 파비아누를 빼고 니우마르를 투입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날 파비아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비수 아닌 공격수를 빼고 공격수를 넣는 행동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브라질은 롱패스에 의해 공격을 전개했지만 호비뉴와 니우마르의 경우 전형적인 타겟형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에 전방에서 볼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는 한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으나 아쉽게도 오이에르에게 막혔다. 이날 마티이센을 대신해 갑작스럽게 경기에 출전한 오이에르는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인 방어력을 선보였다. 확실히 브라질은 뒤진 상황에서 상대를 쫓아가는 상황에 익숙지 않아 보였다.
실패로 끝난 둥가의 브라질
결과적으로 둥가의 브라질은 실패로 끝났다. 삼바리듬의 공격축구를 버리고 선택했던 수비축구가 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마도 그동안 둥가를 비판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후반전 변화를 통해 네덜란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선 압박을 높였고, 공격에선 움직임에 변화를 줬다. 또한 브라질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승리를 거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