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2-1 슬로바키아] 측면 승부, 로벤이 만든 차이
[피치액션 l 안경남] 조금은 지루한 경기였다. 네덜란드와 슬로바키아 모두 수비에 중점을 두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포메이션도 같았다. 더블 볼란치를 사용했고, 전방에 원톱을 두고 측면 돌파를 통해 공격을 전개했다. 그로인해 좀처럼 수비진에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양 팀의 승부는 측면에서 갈렸다. 팽팽했던 흐름을 아르옌 로벤의 왼발이 깼고, 마르틴 스크르텔의 실수가 나오며 무너졌다.
선발 라인업
네덜란드는 변함없이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 로벤이 처음 선발 명단에 복귀했고, 다른 포지션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로벤이 주발과 반대 위치인 오른쪽에 배치됐고 디르크 카윗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슬로바키아도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 로베르트 비텍이 최전방에 위치했고 그 밑에 미로슬라브 스토크, 블라디미르 바이스, 에리크 옌드리세크가 나란히 배치됐다. 그리고 유라이 쿠크카는 홀딩 역할을 맡았고 마렉 함식은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로벤의 왼발
경기 흐름은 매우 팽팽했다. 네덜란드가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양 팀 모두 중원에 맞은 숫자를 놓다보니 찬스가 생기지 않았다. 마르크 반 봄멜과 나이젤 데 용은 중원에서부터 타이트한 커버 플레이를 펼쳤고, 슬로바키아 역시 포백을 끌어내리며 네덜란드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균형이 깨진 건 로벤의 돌파였다. 슬로바키아가 공격적으로 나오며 수비라인이 전진했고, 웨슬리 스네이더가 재빨리 롱패스를 통해 로벤에게 볼을 연결시켰다. 로벤은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전매특허인 왼발 슈팅으로 슬로바키아의 골문을 여는데 성공했다.(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까진 올린 로벤의 왼발이 월드컵에서 빛을 발했다)
비텍의 찬스, 스테켈렌부르크의 선방
양 팀의 균형은 깨졌지만, 루즈한 흐름은 계속됐다. 그 이유는 1) 슬로바키아가 실점 이후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2) 네덜란드 역시 경기 템포를 계속해서 느리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후 중원에서의 공방전이 계속됐고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가 오갔다. 후반 50분 로벤이 전반과 비슷한 위치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66분에는 스토크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슈팅을 날렸으나 이번에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1분 뒤에는 슬로바키아에게 더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왔다. 비텍이 네덜란드의 오프사이드를 무너트리고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으나, 슈팅이 너무 정면으로 쏠리며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스크르텔의 실수
시간이 흐르자 양 팀은 교체를 통해 공격진에 변화를 시도했다. 네덜란드는 로벤을 빼고 엘리에로 엘리야를 투입했고, 슬로바키아는 옌드리세크 대신 미드필더인 카밀 코푸넥을 투입하며 함식을 전진 배치시켰다. 계속되는 공방전의 흐름을 깬 쪽은 이번에도 네덜란드였다. 스르크텔이 파울을 범한 뒤 항의를 하다 복귀가 늦어졌고, 이 틈을 이용해 네덜란드는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반 브롱코스트가 빠르게 연결해준 볼을 카윗이 헤딩으로 골키퍼를 따돌렸고, 쇄도하던 스네이더가 가볍게 밀어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비텍이 페널티킥을 통해 한 골을 만회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가 좀 더 노련했고, 측면 공격수의 득점력 역시 한 수 위였다. 슬로바키아로선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비텍의 골이 빨리 터졌다면 승부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었다.
네덜란드는 겉으로 보기엔 쉬워보였지만, 상당히 어렵게 8강에 진출했다. 경기의 템포를 죽이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까지는 좋지만, 전방에서의 마무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덴마크의 자책골, 스네이더의 한방 그리고 로벤의 왼발이 없었다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조별예선을 포함해 4경기 모두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이 8강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