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1-3 일본] 환상적인 프리킥 쇼, 승부를 갈랐다
[피치액션 l 안경남] 덴마크를 상대로 10-0 승리를 거두겠다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발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비록 최종 스코어는 그 보다 훨씬 적은 3-1이었지만, 일본은 시종일관 덴마크를 압도하며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선발 라인업
일본의 선발 라인업에는 변화가 없었다. 카메룬, 네덜란드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이 가동됐다. 최전방에서 혼다 케이스케가 원톱을 맡았고 좌우 측면에 마츠이 다이스케와 오쿠보 요시토가 배치됐다. 아베 유키는 포백 앞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했고, 하세베 마코토와 엔토 야스히토는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반면, 덴마크는 카메룬전과 비교해 두 명이 달랐다. 야스퍼 그론카에르 대신 토마스 칼렌베르그가 왼쪽 미드필더로 출격했고, 페어 크롤드롭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시몬 카예르의 공백을 메웠다.
일본의 적극적인 압박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일본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물론 덴마크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욘 달 토마손이 일본의 포백을 무너트리며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 찬스를 놓쳤다. 양 팀 모두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면서 경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일본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서 경기는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이날 덴마크는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칼렌베르그와 데니스 롬데달은 측면으로 넓게 이동시켰다. 문제는 그로인해 중원에서 볼을 점유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모르텐 올센 감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좌우 풀백인 시몬 폴센과 라르스 야콥센을 전진시키며 수적 우위를 가지려 했지만, 마쓰이와 오쿠보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를 저지하면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프리킥 2골' 승부를 갈랐다
사실 이날 경기는 프리킥이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세계적인 수준의 프리킥 능력을 선보였다. ‘노란머리의 사무라이’ 혼다는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보다 멋진 무회전 프리킥을 작렬시키며 덴마크의 수비진을 한순간에 무너트렸고, 엔도 역시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상대 수비벽을 바보로 만드는 환상적인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덴마크를 침몰시켰다.
혼다와 엔토의 프리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이를 위해 상대 지역에서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파울을 얻어낸 일본의 전략도 훌륭했다. 이날 일본은 덴마크와의 높이 싸움을 피하고 대신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개인돌파를 통해 파울을 얻어내거나 압박을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또한 세트피스를 적극 이용했고, 매순간 엄청난 집중력을 선보이며 덴마크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16강에 올라갈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상대 팀에 따라 전술적 색깔을 달리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고,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모두의 비판을 받았던 오카다 감독은, 조별예선이 끝나자 영웅이 됐고 ‘이단아’ 혼다는 일본 축구의 새로운 에이스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이제 일본의 상대는 파라과이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결코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덴마크에게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전체적으로 불운했다. 네덜란드전에서 상당히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몬 폴센의 어이없는 자책골이 터지며 순식간에 무너졌고, 일본전 역시 초반에 경기를 잘 풀어갔지만 프리킥 두 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운도 실력이란 말이 있다. 아쉽지만, 일본이 더 나았고 더 운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