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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 l 맨시티 vs 에버턴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에버턴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맨시티는 홈에서 패배를 당하며 선두 등극의 기회를 놓쳤고, 에버턴은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에버턴은 일찌감치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고 후반 빅토르 아니체베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수비는 탄탄했고 역습은 날카로웠다.

선발 라인업 l 4-3-3 vs 4-4-1-1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카를로스 테베스, 다비드 실바, 마리오 발로텔리 스리톱을 앞세운 4-3-3 시스템을 사용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나이젤 데 용 대신 제임스 밀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고 야야 투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수비에 중점을 둔 4-4-1-1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맨시티 원정이었고 상대는 전방에 세 명의 공격수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부상 중인 스티븐 피에나르 대신 레온 오스만이 왼쪽 미드필더로 나섰고 나이지리아 출신의 아니체베가 팀 케이힐과 함께 최전방에 배치됐다.

전술 포인트① l 맨체스터 시티
맨시티 스리톱의 특징은 세 선수 모두 측면으로 넓게 벌리기 보다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후방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발로텔리의 경우 좌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였고, 실바는 측면과 중앙을 넘다들며 야야 투레와 함께 플레이메이커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또한 테베스 역시 평소와 같이 최전방에 머물지 않고 후방으로 자주 내려오며 '제로톱(Nine False)' 역할에 충실했다.

맨시티 스리톱은 지나치게 중앙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로인해 상대 밀집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수비시에는 상대 오버래핑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 에버턴의 콜먼(빨간색)은 콜라로프의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커버했다.


문제는 그로인해 좌우 측면 수비에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좌우 윙포워드가 지나치게 중앙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수비 시 상대 풀백의 오버래핑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케이힐의 선제골과 레이튼 베인스의 쇄기골 모두 측면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만치니 감독은 첫 실점 이후 실바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전술 포인트② l 에버턴
올 시즌 에버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전방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며 승점을 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이른 시간 골이 터지며 모예스 감독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모예스는 루이 사하 대신 활동량이 풍부한 아니체베를 투입하며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그 결과 아니체베는 카드 관리에 실패했고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미드필더와 최종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히며 맨시티에게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측면 미드필더인 오스만과 시무스 콜먼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피에나르 대신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오스만은 공격 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베인스의 오버래핑을 유도했고 이는 에터번의 주요 공격 루트로 활용됐다. 그리고 우측의 콜먼은 사실상 맨시티 풀백 콜라로프를 전담 마크했다.(그로인해 에버턴의 수비라인은 때에 따라 파이브백이 되기도 했다)

최전방 원톱 아니체베는 2-0으로 팀이 앞서자 수비 시에는 왼쪽 측면으로 내려와 상대 오버래핑을 견제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선더랜드 역시 첼시 원정에서 이와 비슷한 전술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당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키어런 리차드슨에게 애슐리 콜 전담 마크를 지시했다. 이는 첼시와 맨시티 모두 스리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4-3-3의 스리톱 전술에서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브루스와 모예스는 이점에 주목했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후반전 변화 l 아니체베의 퇴장
만치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밀너를 빼고 아담 존슨을 투입했다. 그로인해 야야 투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왔고 실바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메이션상 커다란 변화는 없었지만 움직임에 차이를 가져왔다. 존슨의 경우 주발과 반대되는 위치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펼치지만 기본적으로 터치라인 돌파를 즐기는 선수다. 즉, 만치니는 존슨 투입을 통해 스리톱 공격에 다양성과 베인스의 오버래핑을 저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에버턴에게는 아니체베의 퇴장이 위기였다. 적극적인 수비는 좋았지만 쓸데없는 파울이 잦았고 이것이 결국 레드 카드를 불렀다. 모예스 감독은 아니체베 퇴장 이후 4-5-0에 가까운 무(無)톱 전술을 사용했다.(에버턴의 경우 무톱 전술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팀이다. 지난 시즌에도 주전 공격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하자 4-6-0 시스템을 사용한 바 있다)

선제골 장면이다. 오스만이 안으로 파고들며 측면에 공간을 만들었고 베인스가 오버래핑을 통해 크로스를 시도했다. 우측 윙어 실바의 수비가담이 필요했지만, 맨시티 스리톱은 경기 초반 수비 가담에 나서지 않았다.


득점 장면 l 누구의 실수인가?
양 팀의 득점 장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케이힐은 선제골은 전반 시작 3분 만에 터졌다. 베인스가 오버래핑을 통해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이 상대 수비수의 머리와 콜먼의 발을 거쳐 케이힐의 헤딩으로 마무리됐다. 콜먼과 케이힐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맨시티 수비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콜먼에게 볼이 가자 케이힐을 마크하고 있던 빈센트 콤파니는 페널티 박스 라인 근처에 있던 잭 로드웰에게 향했고, 그로인해 케이힐은 아무런 견제 없이 헤딩을 시도할 수 있었다.

물론 콤파니 혼자만의 실수는 아니다. 선수들 간에 확실한 수비 분할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선제골 실점의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만약 전방 공격수들의 수비가담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면 콤파니가 로드웰을 마크하기 위해 자기 지역을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힐 헤딩골 당시, 콤파니는 후방에 로드웰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로인해 케이힐은 아무런 견제없이 헤딩을 시도할 수 있었다.

베인스의 추가골도 비슷한 위치에서 발생했다. 베인스가 오버래핑에 나섰고 맨시티의 측면을 완벽하게 무너트리며 득점에 성공했다. 에버턴은 사팔레타가 부상으로 잠시 빠져나간 틈을 적절하게 노렸다. 밀너가 사팔레타를 대신해 오른쪽 수비를 맡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 탓인지 상대의 침투를 놓쳤고 이것이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갈무리 l 16 vs 1 에버턴의 육탄방어
이날 맨시티는 무려 34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반면 에버턴은 5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그 중 2개를 성공시켰다. 에버턴의 집중력도 좋았지만, 더 대단했던 것은 수비 시 육탄 방어였다. 에버턴은 선수간의 간격을 매우 좁게 유지하며 박스 안에서 맨시티의 슈팅으로 온 몸으로 막아냈다. 그 과정에서 핸드링 파울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승점 3점을 챙기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어쨌든 맨시티는 크리스마스 박싱데이를 앞두고 1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고 말았다. 반면 에버턴은 귀중한 승리를 거두며 후반기 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팀의 주포 케이힐이 호주 대표로 아시안 컵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에버턴에게는 1월 이적 시장 공격수 영입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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