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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클라시코 l 선발 라인업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바르셀로나는 어떻게 레알 마드리드를 완파했을까?" 이번 '엘 클라시코 더비'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영국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Inverting The Pyramid>의 저자 조나단 윌슨도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이긴 이유는 간단하다. 바르셀로나가 훨씬 강했기 때문"이라며 엘 클라시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 이번 경기는 특별한 전술적 요소가 경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모든 면에서 레알 마드리드보다 뛰어났다. 수비는 견고했고 공격은 날카로웠으며 중원은 압도적이었다. MBC 서형욱 해설위원은 "가족이 회사를 누르다"라는 표현했을 쓰기도 했는데, 이번 경기를 압축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바르셀로나는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뛰어났고 레알 마드리드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5-0 스코어로 나타났다. 레알 마드리드의 '레알(Real) 참패'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레알(Real) 압승'이었다.

선발 라인업 l 베스트11, 그러나 조금은 다른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가장 논쟁이 됐던 부분은 주제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선택 여부였다. 올 시즌 무리뉴 감독은 4-2-3-1 시스템을 바탕으로 주전 베스트11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때문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무리뉴가 과연 누 캄푸에서도 4-2-3-1을 사용할지, 아니면 라스 디아라를 투입해 4-3-3으로 변화를 줄지 여부에 대해 논쟁을 펼쳤고 이는 이번 경기의 가장 중요한 전술 포인트였다. 그렇다면, 무리뉴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무리뉴는 자신의 베스트11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물론 완벽한 주전은 아니었다. 주전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이 부상으로 벤치에 머물렀고 대신 올 시즌 선발 출전과는 거리가 멀었던 카림 벤제마가 레알 마드리드의 선봉 역할을 맡았다. 또한 무리뉴는 시스템도 4-2-3-1 그대로 유지했다. 사비 알론소와 사미 케디라가 더블 볼란치를 구성했고 메수트 외질이 선발 출전했다.

펍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막스웰 대신 에릭 아비달이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것과 리오넬 메시가 중앙에서, 다비드 비야가 왼쪽에서 경기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올 시즌 두 선수 모두 이러한 위치에서 자주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 늘 위치에 변화를 줬기 때문에 메시의 중앙과 비야의 왼쪽이 베스트 포지션이라 말하긴 어렵다.(아마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레알을 상대로 그것이 최적의 포메이션이라 생각한 듯하다)

이처럼 단순히 포메이션과 시스템만 놓고 보면 양 팀은 거의 변화를 주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전술적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경기에서 전술이 미친 영향은 매우 미비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좀 더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무리뉴의 실수 l 외질과 호날두의 변화
선발 라인업에서 언급했듯이 무리뉴는 4-2-3-1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역할은 달랐다. 무리뉴는 평소 주발과는 반대되는 위치에 측면 윙어를 배치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그는 호날두를 오른쪽에, 앙헬 디 마리아를 왼쪽에 위치시켰다. 이는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 다니엘 알베스의 오버래핑을 저지하기 위해, 호날두 보다 수비적인 디 마리아를 왼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물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예상했던 변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호날두는 오른쪽에 익숙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맨유시절 좌우를 모두 소화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무리뉴가 간과한 사실은 호날두와 디 마리아의 위치 변화가 외질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외질은 엘 클라시코에서 왜 부진했을까? 우리는 올 시즌 외질이 어떠한 상황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는지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외질은 중앙 미드필더(혹은 처진 공격수)에 위치해 있지만, 그는 주로 왼쪽으로 움직이며 호날두와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이날 호날두가 오른쪽 이동하며 외질은 공격시 자주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 마리아와의 호흡은 최악에 가까웠고 오랜만에 출전한 벤제마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호날두의 위치가 너무 전진되어 있었다는 점과 외질이 사비를 견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호날두는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최전방 벤제마와 거의 동일 선상에서 플레이를 펼쳤다. 그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는 오른쪽에 많은 공간을 노출했다. 이니에스타는 지속적으로 그 공간을 파고들었고(사비의 선제골로 이어지기도 했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이니에스타와 비야의 협공 플레이로 인해 과부하에 걸렸다. 외질의 경우 그는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그는 미드필더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사비를 견제할 수 있었지만, 사비가 전진할 때는 자주 그를 놓쳤다. 선제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비가 전진할 때 외질은 그를 끝까지 쫓지 않았고, 결국 골을 허용했다.

후반전 l 라스 투입 이후 레알 4-3-3 시스템 전환


무리뉴의 실수 l 라스의 투입, 이상한 4-3-3
전반 종료 후 레알 마드리드는 외질을 빼고 라스 디아라를 투입했다. 무리뉴 스스로 자신의 선발 라인업 구성에 대한 실수를 인정한 셈이다. 보통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바로 메시 때문인데, 메시는 최전방 혹은 측면에 위치하지만 자주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오며 중원의 숫자 싸움에 개입한다. 그로인해 지속적으로 그를 견제하거나 움직임을 제한할 홀딩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알론소는 좋은 미드필더지만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니다. 또한 태클이 뛰어나지도 않다. 알론소는 메시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했고, 지나치게 수비적 역할로 인해 그의 장점인 패스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무리뉴는 라스를 투입했고 4-2-3-1은 4-3-3 시스템으로 변화를 줬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무리뉴가 라스에게 홀딩 역할을 맡기지 않고 계속해서 알론소를 후방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라스는 왼쪽에 위치해 사비를 견제했는데, 결과적으로 후반에 터진 3골 중 2골이 메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스의 투입 역시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스의 위치만큼 이상했던 점은 최전방 스리톱의 위치다. 벤제마, 호날두, 디 마리아는 지나치게 상대 진영 깊숙이 전진했다. 그렇다고 압박이 강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지며 레알은 후반에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호날두다. 그는 전반에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후반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과르디올라의 전술 l 684 vs 331
늘 그래왔듯이 바르셀로나는 완벽한 패스 게임을 통해 경기를 점유, 지배했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무려 684개의 패스를 연결시켰다. 총 패스 숫자가 아니다. 성공시킨 패스 숫자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331개에 그쳤다. 사비 혼자서 성공시킨 패스 숫자가 110개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 할 수 있다.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는 6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바르셀로나가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을 압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레알의 센터백은 다른 선수들보다 쉽게 볼을 소유할 수 있었는데, 이는 레알의 수비라인이 후퇴하지 않고 전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센터백이 볼을 잡는 횟수가 많아지고, 볼을 연결해야 함에 따라 수비라인은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를 적절히 이용했는데, 비야와 페드로가 전진된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며 상대를 공략했다.

과르디올라의 전술 l 피케와 푸욜의 스위칭
또 다른 과르디올라의 전술 포인트는 센터백의 스위칭이다. 일반적으로 제라드 피케는 오른쪽에서, 카를레스 푸욜은 왼쪽에서 플레이한다. 하지만 이날 두 선수는 각자의 위치에 변화를 줬다. 이는 호날두가 위치를 바꿨기 때문인데, 푸욜은 항상 호날두가 볼을 잡으며 풀백과 함께 적극적으로 합동수비를 펼쳤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치는 과르디올라가 피케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어느 정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피케는 너무 쉽게 태클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에서도 피케는 호날두는 제어하는데 실패한 바 있다.(당시 나니의 어이없는 실수로 날려버린 호날두의 환상 골도 피케가 너무 쉽게 태클을 시도하며 허용했다)

또 한 가지 바르셀로나 수비의 특징은, 공격시 스리백처럼 수비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는 알베스가 미드필더 진영까지 전진할 경우 피케가 그의 빈자리를 메우고, 푸욜이 왼쪽으로, 그리고 부스케프가 중앙 수비로 내려오며 마치 스리백처럼 수비라인을 구성한다.(조광래 감독이 꿈꾸는 포어 리베로 시스템을 바르셀로나가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아비달이 그러한 역할을 했는데, 피케가 오른쪽에, 푸욜이 중앙에, 아비달이 왼쪽에 위치했다. 이때 디 마리아는 알베스를 견제하기 위해 수비진영으로 내려갔고, 그로인해 바르셀로나 수비는 호날두와 벤제마를 상대로 늘 3 vs 2의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기본적으로 푸욜과 아비달이 호날두를, 피케가 벤제마를 마크했다)


엘 클라시코의 교훈 l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 밖에도 바르셀로나가 이길 수밖에 없었던 전술적 요소는 매우 많았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이른 선제골은 바르셀로나에게 자신감을,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혼란을 불러 일으켰고, 페페는 너무 자주 후방을 비우고 앞으로 튀어나갔고(그것이 압박을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점의 원인이 됐다) 어느덧 30줄을 훌쩍 넘긴 히카르두 카르발류는 바르셀로나의 재빠른 공격수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엉성한 오프사이드 트랩도 문제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에 수비라인을 전진시켜 오프사이드 트랩을 시도했는데, 포백 수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으며 비야에게 연속해서 두 골을 내줬다. 물론 단순히 수비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레알은 전방과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부족했고,(특히 벤제마의 플레이는 최악에 가까웠다) 그로인해 바르셀로나는 너무도 쉽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다.

거듭 밝히지만, 이번 엘 클라시코 더비는 전술적 요소보다는 완벽한 실력의 차이였다. 물론 천하의 무리뉴가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 또한 사실이다.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진영을 유지했고(막스웰 대신 아비달이 선발 출전했지만, 이는 호날두를 견제하기 위한 훌륭한 대비책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뉴는 결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도 무리뉴는 바르셀로나와의 첫 맞대결(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준결승에서 무리뉴는 바르셀로나를 탈락시키고 끝내 유럽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시즌 무리뉴가 복수에 성공한 시기(4월)와 두 번째 엘 클라시코 더비(4월 17일, 현지시간)의 일정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과연, 무리뉴는 복수에 성공할까? 아니면 또 다시 과르디올라의 완승으로 끝이 날까? 벌써부터 이들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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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5 12:01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pitchaction.com BlogIcon 피치액션
      2010/12/05 19:43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헌데, 제가 조날마킹의 팬인건 사실입니다만, 이번 엘 클라시코의 경우 경기를 직접 분석하고 작성한 도표들입니다.(조날마킹의 글이 먼저 업그레이드 됐지만, 글을 작성한 이후에 보았구요, 그리고 제가 참조한건 Si.com에 조나단 윌슨의 글과 블러처 리포트 등 입니다.

  2. dhkdn
    2010/12/25 13:55

    잘 읽었습니다. ㄷㄷ 즐찾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