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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액션 l 안경남] 기대했던 대로 상당히 흥미로운 경기였다. 브라질의 공격과 북한의 수비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고, 극적인 골이 터지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북한의 수비는 예상대로 견고했고, 그들은 체력과 기술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브라질의 끈질긴 공격 앞에 무릎을 꿇었고, 결국 승부는 공격축구의 승리로 끝이 났다.

선발 라인업
브라질에 깜짝 카드는 없었다. 카를로스 둥가 감독은 기존 베스트11을 그대로 선발 출전시켰다. 엘라누가 하미레스를 제치고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섰고, 루이스 파비아누와 카카 그리고 호비뉴가 공격 라인을 구성했다. 질베르투 실바와 펠리페 멜루가 중원을 맡았고, 좌우 풀백에는 마이콘과 미셸 바스토스가 나섰다.

북한 역시 예상대로 5백을 들고 나왔다. 리광천, 리준일, 박철진이 중앙 수비를 맡았고 좌우 윙백에는 차정혁과 지윤남이 배치됐다. 중원에선 안영학이 홀딩 미드필더로 나섰고 홍영조는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최전방 원톱은 정대세가 맡았다.

* 북한의 5-3-2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노란색(5백)-파란색(미드필더)-빨간색(공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영학이 카카를 견제하기 위해 내려갈 경우 6백이 되기도 했다.

북한 5백과 둥가의 안전제일주의
브라질은 북한의 수비를 뚫는데 애를 먹었다.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북한의 견고한 수비에 막히며 좀처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의 시스템에 있다. 둥가 감독은 수비 축구를 구사하는 북한을 상대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질베르투 실바와 펠리페 멜루의 경우 중원 싸움에 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북한과 같이 수비를 두텁게 하는 팀에겐 그다지 효율적인 선수는 아니다. (차라리 훌리오 밥티스타나 하미레스 같이 패스와 돌파력이 좋은 선수를 추가하는 것이 더 나앗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둥가 감독은 자신의 시스템을 고집했고, 브라질은 짧은 패스게임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히며 마무리까지 연결시키지 못했다. 또한 후방에서 롱패스를 통해 파비아누의 머리를 겨냥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그다지 효과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더구나 파비아누는 북한 수비수 3명의 견제를 받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 해도 정지된 상태에서 3명을 벗겨내긴 쉽지 않다)

북한 계속해서 5백을 유지했고, 카카가 전방으로 전진할 때, 6백이 되기도 했다(안영학이 카카를 막기 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좌우 측면의 호비뉴와 엘라누의 경우 좌우 윙백의 견제를 받았고, 질베르투와 멜루는 상대적으로 북한의 압박에서 자유로웠다.(그럼에도 질베르투와 멜루는 공격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편, 북한의 공격은 홍영조와 최전방의 정대세에 의해 대부분 이뤄졌다. 좌우 윙백이 오버래핑을 통해 도움을 줬지만 공격진과의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다. 몇 차례 날카로운 역습이 이뤄졌지만, 정대세와 홍영조 모두 브라질 홀딩 미드필더와 센터백에 막히며 고전했다.

ⓒ 데이라이프 / 브라질의 구세주, 마이콘

풀백, 해법을 제시하다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북한의 수비는 브라질의 풀백 마이콘에 의해 열렸다. 이날 북한은 5-3-1-1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겉으로 보기에 수비라인이 두텁게 유지됐지만 풀백에 대한 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좌우 윙백인 지윤남과 차정혁이 엘라누와 호비뉴에게 쏠리며 마이콘과 바스토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전방을 오갔다.(전반에 브라질에서 가장 위협적인 장면은 마이콘과 바스토스의 중거리 슛이었다. 이것은 그들이 그만큼 자유로웠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둥가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풀백을 상대진영 깊숙이 전진시키지 않았다. 북한의 공격 숫자가 적고, 수비가 많았음에도 둥가는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의 밸런스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격으론 북한의 수비는 열리지 않았고, 결국 마이콘이 전방 깊숙이 진입하자 북한 수비의 허점이 보였다. 마이콘의 선제골 장면은 북한 수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엘라누가 중앙으로 움직이자 좌측 윙백인 지윤남 역시 중앙으로 쏠렸고, 마이콘이 오버래핑을 통해 이 틈을 파고들었다. 엘라누의 절묘한 패스타이밍과 마이콘의 환상적인 슈팅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 북한의 5백은 브라질 풀백이 전진할 경우, 측면에 자주 공간을 내줬다. 좌우 윙백이 엘라누와 호비뉴에 견제하기 위해 중앙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마이콘과 바스토스는 중앙의 박남철과 문인국이 견제하지 않을 경우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였다.

* 마이콘의 선제골 장면이다. 중앙에 페널티 박스 안에 상당히 많은 수비수가 있었지만, 대부분 중앙으로 쏠렸다. 왼쪽 윙백 지윤남이 엘라누에게 시선을 빼앗기면 오버래핑에 나선 마이콘의 돌파를 놓쳤다.

엘라누의 득점 역시 비슷한 위치에서 나왔다. 호비뉴의 대각선 전진패스가 북한의 수비를 한번에 벗겨냈고, 엘라누가 침착한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브라질은 전형적인 오른쪽 윙어를 쓰지 않는다. 엘라누는 측면 보다 중앙돌파를 즐기며 마이콘의 본업은 수비다.(두 선수의 움직임은 상당히 유기적이다. 마이콘이 올라가면, 엘라누가 내려오며, 엘라누가 안으로 파고들면, 마이콘을 터치라인을 따라 측면으로 넓게 벌린다) 사실 브라질의 공격라인은 왼쪽이 더 화려하다. 호비뉴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 카카가 중앙에서 왼쪽으로 빠지며 공격을 전개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에게 더 위협적인 공격은 브라질의 오른쪽이다.

북한의 수비는 전술적으로 뛰어난 시스템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그것을 이처럼 꾸준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엄청난 체력과 활동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측면에 대한 약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브라질과 같이 풀백의 공격 가담이 뛰어난 팀과의 경기에선 5백의 측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에도 약점을 보였다.(마이콘의 선제골과 엘라누의 추가골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패스에 의해 돌파를 허용했다. 이는 이날 북한의 유일한 약점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브라질은 풀백을 통해 5-3-2 시스템을 무너트렸고, 북한은 브라질로 인해 자신들의 약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후반 막판 만회골을 터트리며 공격적으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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