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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액션 l 안경남] 브라질이 칠레를 대파했다. 다소 극단적이기까지 했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공격 축구가 카를로스 둥가 감독의 삼바리듬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브라질의 방패와 칠레의 창이 맞붙는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브라질은 수비적이지 않았다. 칠레의 압박에 맞서 공격 축구로 맞불을 놓았고, 결국 대승을 거뒀다. 골 결정력과 경험 그리고 아주 작지만 개인 능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선발 라인업
브라질은 펠리페 멜루와 엘라누가 부상으로 빠졌다. 대신 둥가 감독은 다니엘 알베스를 오른쪽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하미레스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했다. 나머지 포지션은 기존의 베스트11과 동일했다. 포르투갈전에 빠졌던 카카와 호비뉴가 돌아왔고 루이스 파비아누가 최전방을 맡았다.

칠레는 주전 수비수 두 명이 경고 누적으로 빠졌다. 비엘사 감독은 왈도 폰세와 게리 메델을 대신해 파블로 콘트라레스와 이스마엘 푸엔테스를 곤살로 자라와 함께 스리백에 배치했고, 부상에서 복귀한 움베르토 수아소에게 원톱을 맡겼다. 그리고 마크 곤살레스는 왼쪽에, 장 베우세요르는 중앙에 위치했다.

주앙의 헤딩
경기 초반 흐름은 예상대로 칠레의 우세 속에 진행됐다.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 진영에서부터 볼을 빼앗았고, 측면의 빠른 돌파를 통해 공격을 전개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마무리까지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스페인전에서 칠레가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칠레는 전반 20분까지 스페인을 몰아붙이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국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며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브라질전도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됐다. 칠레가 초반 흐름을 주도했지만 전반 34분, 연속된 코너킥 찬스에서 주앙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상승세가 꺾였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공권의 열세가 코너킥에서 실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주앙의 선제골은 팽팽했던 경기의 흐름을 완벽히 깨트렸다. 브라질의 경우 더욱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고, 칠레는 공수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

칠레의 약점
모두가 알다시피 칠레의 장점은 전원공격, 전원수비다. 그러나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스페인과 브라질은 칠레의 이러한 단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스페인과 브라질은 칠레를 상대로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 단순히 두 명의 홀딩과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한 구조는 아니었다. 오른쪽에 비해 왼쪽 미드필더를 좀 더 전진시킨 비대칭 전술을 사용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중앙에 있던 비야를 왼쪽 측면 깊숙이 배치했고, 브라질은 예전부터 호비뉴를 그 위치에서 활용했다.

비대칭형 4-2-3-1의 장점은 공격시에는 3~4명이 순식간에 역습을 전개하고,(좌우 풀백이 오버래핑을 시도할 경우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수비시에는 다소 중앙지향적인 오른쪽 미드필더(스페인은 이니에스타, 브라질은 엘라누 혹은 알베스)를 포함해 7명이 수비망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칠레는 브라질은 상대로 공격과 수비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비엘사 감독은 3-3-1-3 시스템을 통해 스리백과 홀딩을 제외한 6명을 공격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브라질은 그보다 한 명이 더 많은 7명을 수비지역에 배치하며 칠레의 돌파를 견제했다.(루시우와 주앙은 수아소를, 마이콘은 곤잘레스를, 바스토스는 산체스를, 질베르투는 베우세요르를, 알베스는 비달을, 하미레스는 이슬라를 사실상 전담했다)

사실 공격지역에서의 수적 열세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리백 중 한 명이 공격 가담에 나설 때다. 이날 칠레에선 자라가 이와 같은 역할을 했다. 오른쪽 스토퍼로 출전한 자라는 이슬라가 하미레스를 유인할 때 우측으로 빠지며 빈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칠레는 자라의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패스를 전개하다 브라질에게 빼앗기며 곧바로 추가실점을 하고 말았다.

ⓒ 데이라이프 / '삼바군단' 브라질의 막강화력

호비뉴-카카-파비아누
파비아누의 두 번째 골이 대표적이다. 자라가 빠진 칠레의 수비는 홀딩 미드필더인 카르모나를 포함해 세 명이었고, 브라질 역시 호비뉴, 카카, 파비아누 세 명의 선수가 역습을 시도했다. 숫자는 같았지만, 브라질의 패스와 결정력은 매우 뛰어났다. 호비뉴가 측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유인했고 카카가 중앙에서 절묘한 패스를 통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렸다. 볼을 받은 파비아누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키퍼를 제친 뒤 칠레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경기 흐름은 완벽히 브라질을 쪽으로 넘어갔고, 호비뉴가 또 다시 칠레의 약점 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그리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멜루와 엘라누의 부상이 오히려 칠레전에는 큰 도움이 됐다. 두 선수와 비교해 스피드가 좋은 알베스와 하미레스의 투입이 칠레와의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칠레가 보여준 공격 축구는 보는 이들을 매우 즐겁게 했다. 비록 브라질에게 패하며 8강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비엘사의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색깔을 꾸준히 유지하며 세계 축구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들이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지금보다 4년 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우승후보 브라질은 칠레의 돌풍을 가볍게 잠재우며 8강에 진출했다. 이날 브라질이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다. 둥가 감독은 칠레와 맞불작전을 펼치며 브라질이 수비 뿐 아니라 공격도 매우 뛰어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브라질의 다음 상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브라질처럼 수비적으로 매우 견고한 팀이다. 때문에 칠레전과 달리 조금은 느리고 조심스러운 경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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