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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 l 서울 vs 수원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K-리그 최고의 슈퍼매치다운 경기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전체를 갈아엎다시피 한 수원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라이벌 서울을 제압했다. 아직 조직적인 측면에선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적어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기대이하의 플레이를 펼치며 홈 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개인 능력, 조직력, 전술 모두 완패였다.

선발 라인업 l 4-4-2 vs 3-4-3

서울의 황보관 감독은 4-4-2(혹은 4-4-1-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데얀이 원톱으로 나섰고 그 뒤를 몰리나가 받쳤다. 그리고 좌우 측면에는 제파로프와 이승렬이 포진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탓인지, 중앙과 수비에선 베스트11라 보기 힘든 선수들이 선발 출전했다. 최현태와 고요한이 중앙에서 호흡을 맞췄고 아디의 파트너로는 '공격수' 방승환이 선택됐다.

수원의 윤성효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마토-황재원-곽희주가 스리백을 구성했고 좌우 윙백에는 양상민과 오범석이 배치됐다. 중원 듀오로는 '국대' 이용래와 오장은이 선택됐고 전방에는 게인리흐를 중심으로 최성국과 염기훈이 포진했다. 그리고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전술 포인트① l 황보관의 서울
아직 시간이 부족했던 탓일까. 황보관 감독만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포메이션뿐 아니라 전술적인 움직임 모두 전임 넬로 빙가다 감독시절과 비교해 눈에 띨만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정조국이 떠난 자리는 몰리나가 이어받았지만 뭔가 어색했다. 그리고 공격수 방승환이 메운 포백은 90분 내내 불안했다.

전 포지션이 문제였다. 최강이 될 것 같았던 데얀-몰리나 조합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효과를 낳았고 하대성이 빠진 중원은 '디펜딩 챔피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빈약했다. 특히 최현태와 고요한은 수원의 이용래와 오장은에게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수비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물론 당연한 결과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운 좋게 승리를 거뒀지만 애당초 공격수를 수비수로 기용한 것 자체가 거대한 불안요소였다. 포백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자 좌우 풀백까지 흔들렸고 2실점을 한 것이 다행일 정도로 경기 내내 수원 스리톱의 개인기에 휘둘렸다.

전술 포인트② l 윤성효의 수원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우즈베키스탄 특급' 게인리흐는 문전에서 상당히 위협적이었으며 윙포워드로 출전한 최성국과 염기훈은 개인기를 앞세워 서울의 측면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단순히 공격적으로 위협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수원의 스리톱은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서울의 빌드-업 작업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원은 '곽희주-황재원-마토'로 구성된 스리백을 가동했다. 이는 서울의 '데얀-몰리나'를 상대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수원으로선 올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투자한 보람이 있는 경기였다. 특히 이용래와 오장은이 버틴 중원은 수원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두 선수 모두 기본적으로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역할 분담은 확실했다. 이용래가 좀 더 홀딩에 가까운 플레이를 했다면 오장은은 기회가 날 때마다 서울 진영으로 전진하며 공격에 가담했다.

마토가 돌아온 수비라인은 다시금 '통곡의 벽'을 형성한 듯 했다. 곽희주는 사실상 데얀을 전담 마크했고 마토와 황재원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커버 플레이를 펼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세 선수 모두 공중볼에 있어서 장점을 보였지만 몇 차례 위치 선정과 호흡에 문제를 드러내며 실점 위기를 내줬다는 점이다.


전술 포인트③ l 압박의 차이
사실 전술적인 요소를 떠나 수원이 모든 면에서 있어서 서울보다 잘한 경기였다. 특히 수원은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통해 서울을 무력화시켰다. 일단, 전방의 스리톱부터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서울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게인리흐가 방승환-아디를 상대할 때 최성국과 염기훈은 서울 풀백의 발을 묶었다.

수원은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특히 게인리흐, 최성국, 염기훈은 서울 포백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며 빌드-업 작업을 방해했다.

서울의 포백이 수원의 스리톱에 압도를 당하다보니, 서울은 제대로 된 공격 작업을 전개하기가 어려웠다. 그로인해 짧은 패스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롱 패스를 자주 시도했고 이것은 대부분 수원의 장신 센터백(마토-곽희주-황재원)에 의해 차단됐다.

이밖에도 수원은 전 포지션에 걸쳐 압박을 시도했다. 오장은-이용래는 최현태-고요한을, 양상민-오범석은 제파로프-이승렬을 강하게 압박하며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양상민은 제파로프가 어느 위치에 있건 간에 적극적으로 따라 붙으며 전담 마크를 했다. 이는 서울의 창의력이 실종된 가장 큰 이유였다.

전술 포인트④ l 수원의 득점
게인리흐의 선제골은 완벽한 개인 능력에 의해 만들어진 득점이었다. 물론 서울의 역습이 차단되며 순간적으로 수비라인이 흐트러진 영향도 적지 않았다. 어쨌든 게인리흐는 현영민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는 기쁨을 맛봤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수원은 후반 들어 더욱 수비라인을 내리며 역습 위주의 공격을 전개했고, 결국에는 최성국의 측면 크로스가 오장은에게 연결되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최성국의 크로스도 좋았지만 오장은의 문전 쇄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그리고 '공격수' 방승환과 골키퍼 김용대의 호흡 문제도 한 몫을 했다.

전술 포인트⑤ l 투톱 vs 스리백
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마치 지난 2월 첼시와 리버풀의 경기를 떠오르게 했다. 당시 리버풀은 스리백을 통해 첼시의 투톱(토레스-드로그바)를 완벽하게 막아내며 승리를 거뒀다. 이날 서울과 수원도 비슷했다. 수원은 스리백을 통해 서울의 투톱(데얀과 몰리나)를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3 vs 2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서울의 창끝을 막아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황보관 감독의 판단이 아쉽다. 하프타임 당시 "상대 스리백을 무너트리기 위해 측면을 좀 더 활용 하겠다"고 밝혔던 그는 끝가지 측면을 고집했다. 김태환과 이재안 등 측면 자원을 계속해서 투입했고 몰리나는 계속해서 어정쩡한 위치에서 맴돌았다.

차라리 몰리나를 좀 더 내리거나(처진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로) 제파로프를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몰리나를 측면에 배치했다면, 중원을 강화함과 동시에 상대 스리백이 데얀 한 명을 상대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이날 경기는 전술보다는 선수 개인의 능력 차이가 너무도 컸다)

갈무리 l 약해진 서울, 강해진 수원
지난 시즌과 비교해 확실히 서울은 약해졌고 수원은 강해진 느낌이다. 물론 서울의 경우 완벽한 전력은 아니었다. 공격수를 수비수로 기용할 정도로 부상자가 많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은 아쉽다. 때론 상대에 따라 유기적인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날 서울은 그렇지 못했다.

반면 수원은 상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듯 했다. 역할 분담이 확실했고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다.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서울전의 경기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면, 확실히 달라진 수원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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