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4-1 한국] 어설픈 안티풋볼이 부른 대참사
2010/06/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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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會] 국제대회/2010 남아공 월드컵
[피치액션 l 안경남] 아르헨티나의 막강화력이 한국의 수비를 압도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택했지만, 경기 초반 자책골과 세트피스에서의 실점이 이어지며 무너지고 말았다. 반면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과는 다른 전술을 통해 공격을 강화했고 이것이 결국 대승으로 이어졌다.
선발 라인업
한국은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 최전방에 박주영을 원톱으로 내세웠고 좌우 측면에 염기훈과 이청용이 배치됐다. 주장 박지성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오른쪽 풀백에는 차두리 대신 오범석이 출격했다.(이날 오범석의 출전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리스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차두리를 빼고 오범석 카드를 내세웠지만, 여러 차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술적으론 4-2-3-1이었지만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끌어 내리며 4-4-1-1에 더 가까웠다.
아르헨티나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후안 베론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베론 대신 막시 로드리게스가 선발 출전했고, 카를로스 테베스와 곤살로 이과인이 투톱을 형성했다. 리오넬 메시는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고 오른쪽 풀백에는 호나스 구티에레즈가 배치됐다.
플레이메이커 메시
이날 한국은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끌어내리며 최종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강한 압박을 통해 중앙에 위치한 메시와 테베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경기 초반 한국은 비교적 무난하게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차단했다. 주도권을 내주며 볼을 소유하는 시간은 적었지만 공간을 압축하며 상대에게 찬스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의 기성용과 김정우는 협력 수비를 통해 메시를 견제했다. 주로 김정우가 메시를 붙고 기성용이 커버 플레이를 펼쳤다. 문제는 메시가 후방으로 내려와 직접 볼을 잡은 뒤 전방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드필더를 끌어내리며 메시의 공간을 차단했지만, 메시가 후방으로 내려오며 강한 압박이 시도되지는 못했다.(베론의 결장이 오히려 메시의 활동 폭을 넓혀준 셈이다)
오범석 카드의 실패
역시나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오범석의 선발 출전은 한국에게 득이 아닌 독이 됐다. 이날 오범석은 측면에서 여러 차례 파울을 범했고, 이 중 두 개의 프리킥이 실점으로 연결되며 아르헨티나전 대배의 일등공신이 됐다. 물론 두 차례 실점 모두 한국 수비진 모두의 문제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맨 마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박스 안에서의 집중력도 부족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하기 위해 오른쪽 풀백을 바꾸고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웠지만, 그리스전에서 그토록 강조됐던 세트피스에 발목을 붙잡힌 셈이다.
* 첫 번째 실점 장면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국은 데미첼리스(파란색)을 완전히 놓쳤다. 박주영(빨간색)이 후방에서 들어오는 데미첼리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시야 밖에 갑자기 볼이 날아오자 몸에 맞고 자책골로 이어졌다.
* 두 번째 실점 장면이다. 막시가 크로스를 올리는 상황에서 조용형(형광색)이 미쳐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는 수비수들간에 맨마킹과 유기적인 움직임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전체적으로 공격에 대한 의지도 부족했다. 상대에 쉽게 주도권을 내주며 볼을 소유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에서 창의력이 부족했고 측면 공격도 그다지 날카롭지 못했다(이청용의 만회골도 조직적인 플레이보다는 상대 실수에 의한 행운의 득점이었다)
특히 박지성의 중앙 이동은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으로 하여금 마스체라노를 견제하고 수비시에는 김정우와 협력 플레이를 통해 메시를 막으려 했지만, 테베스가 김정우를 유인하고 막시가 중앙에서 박지성과 경합을 펼치며 당초 준비했던 수비전술이 큰 혼란을 겪었다(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최대 약점인 구티에레즈를 공략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왼쪽에 위치한 염기훈은 구티에레즈를 상대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차라리 박지성이 왼쪽에서 구티에레즈를 괴롭히며 막시를 끌어들이고, 중앙에서 염기훈과 박주영이 마스체라노를 견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 같았다.(실제로 박지성은 후반에 왼쪽으로 이동하며 구티에레즈를 상대했다. 그러나 이미 승패가 기운 상황에서 별다른 위협이 되진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역할 변화
마라도나 감독은 막시의 움직임에 변화를 줬다. 본래 막시는 중앙이 아닌 측면 미드필더다. 그러나 이날 막시는 기본적으로 중앙에 머물며 박지성을 견제했고, 공격시에는 우측으로 빠지며 플레이를 펼쳤다. 덕분에 메시에 대한 마크가 분산됐고, 공수에 있어 보다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테베스와 이과인의 역할도 지난 1차전과 비교해 조금은 달랐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이과인은 주로 우측으로 빠지며 공격을 전개했고 테베스는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이날 테베스는 중앙에서 좌측으로 빠지며 앙헬 디 마리아와 함께 오범석을 공략했고 이과인은 중앙에 머물며 상대 센터백을 상대했다.
후반에 교체 출전한 세르히오 아게로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공격시 효율성만 놓고 보면 테베스 보다 아게로가 더 날카로웠다. 아게로는 중앙에서 메시와 2대1 패스를 통해 한국의 수비를 순식간에 무너트렸고, 이과인의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에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한편, 전반에 두 차례 프리킥을 허용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오범석은, 후반에는 아게로와 메시에게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며 측면을 완전히 내줬다.
* 이청용의 역습 상황이다. 에인세가 하프라인까지 전진하며 아르헨티나의 왼쪽에 공간이 생겼다. 이 틈을 염기훈이 잘 파고들며 이청용의 절묘한 패스가 연결됐으나,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여전히 불안한 수비
1실점에 그쳤지만, 아르헨티나의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오른쪽 풀백에 위치한 구티에레즈는 불안해보였고 데미첼리스는 발이 느리고 공중볼에서도 그다지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또한 에인세 역시 지나치게 높이 전진하며 측면에 뒷공간을 내줬다.(후반 염기훈의 득점 찬스가 대표적인 예다. 에인세가 중원까지 올라가며 왼쪽 측면에 많은 공간이 생겼다. 만약 염기훈이 득점에 성공했다면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월터 사무엘의 부상도 아르헨티나에겐 큰 고민이다. 니콜라스 부르디소와 오타멘디가 있지만 사무엘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허정무의 전술 실패
허정무 감독에겐 전술적으로 실패한 경기였다. 1) 차두리를 빼고 오범석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2) 박지성을 중앙으로 이동시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또한 3) 공격 빈도를 높이며 후반에 공수밸런스가 무너진 것도 대패의 큰 원인이 됐다. 즉, 아르헨티나에 대한 사전조사는 충분했지만 막시의 투입과 메시의 역할 변화에 따른 대처는 다소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전 대패는 오히려 나이지리아전에 대한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