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2-1 바르사] 16강 1차전: 벵거와 펩의 엇갈린 교체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아스날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지난 시즌 패배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두 팀 승부는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지난 시즌에도 아스날은 홈에서 2-2 무승부를 거뒀지만 캄푸 누 원정에서 리오넬 메시에게 4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상대가 바르셀로나인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터진 웨인 루니의 오버헤드 킥처럼 때로는 선수 개인의 능력이 전술을 앞서곤 한다. 이번 경기도 그랬다. 아스날은 로빈 반 페르시의 절묘한 골로 분위기를 반전하는데 성공했고 두 감독의 엇갈린 교체 속에 안드레이 야르사빈의 역전골이 터졌다. 점유율과 패스 숫자는 바르셀로나가 앞섰지만 경기는 아스날이 이긴, 마치 지난 시즌 인터밀란의 승리와 비슷했다.
선발 라인업 l 샤비 vs 파브레가스
양 팀 모두 깜짝 카드는 없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부상으로 복귀한 사미르 나스리를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고 전방에는 반 페르시를 배치했다. 그리고 오른쪽 풀백에는 엠마뉘엘 에보우에가 나섰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카를레스 푸욜을 제외하곤 최상의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세르히오 부스케츠, 샤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가 중원에 포진했고 전방에선 메시를 축으로 좌우에 다비드 비야와 페드로가 선발 출전했다.
전술 포인트① l 아스날의 높은 수비 라인
아스날은 미드필더와 공격 사이에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수비라인을 상당히 높이 끌어올리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 전술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 번의 실수가 곧장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스날은 메시에게 일대일 찬스를 내줬고(다행히 골문을 벗어났다) 결국에는 비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비단 아스날 뿐만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지난 해 11월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압박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0-5 참패였다.
그러나 아스날은 2~3 차례 위기를 제외하곤(치명적인 위기였지만) 대체적으로 공수에 걸쳐 라인을 제법 잘 유지했다. 전방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고 그로인해 바르셀로나는 쉽사리 전진을 하지 못했다. 또한 아스날의 압박은 공격적으로 효과적이었다.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볼을 가로챌 경우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반 페르시의 찬스는 아쉽게도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전술 포인트② l 로빈 반 페르시와 월콧
아스날의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이었지만, 좌우 측면의 나스리와 월콧이 평소 보다 수비적인 자세로 임하며 4-4-1-1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즉, 나스리와 월콧보다 파브레가스가 좀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는 얘기다. 아스날이 미드필더와 전방의 간격 유지가 잘 이뤄졌던 가장 큰 이유는 반 페르시의 움직임에 있다. 반 페르시는 원톱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미드필더 지역으로 자주 내려와 패스를 주고 받으며 빠르게 전방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선보인다. 이날 역시 그러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 시즌 아스날에게 가장 필요했던 요소였다.(반 페르시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바르셀로나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월콧은 아스날에게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공격적으로는 유용한 옵션이었지만 지나치게 터치라인 돌파를 고집하는 바람에 수비적으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경기 초반 드리블을 제외하곤 후방으로 자주 내려오며 에보우에를 도왔다. 물론 그로인해 공격적으로는 크게 위협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막스웰이 수비적으로 견고한 선수가 아닌 점을 고려할 때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아스날이 반 페르시를 제외하곤 공격적으로 크게 위협적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후반전 l '67분' 엇갈린 교체
후반전 시작은 전반전과 비슷했다. 아스날이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였고 시간이 지나자 바르셀로나가 다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리드했다. 변화는 후반 67분 찾아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비야를 빼고 세이두 케이타를 투입하며 중원을 강화했다. 득점을 노리기보다는 점유율을 높게 유지하며 상대의 체력을 소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비록 원정이긴 했지만 1-0의 아슬아슬했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교체였다. 어쨌든 이 교체는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되고 말았다)
반면 같은 시간 벵거 감독은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송 빌롱을 빼고 아르샤빈을 투입했다. 동시에 나스리는 왼쪽으로 중앙으로 이동했고 아르샤빈이 왼쪽에 배치됐다. 조금은 위협한 교체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비야를 빼며 수비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비야를 빼고 케이타를 중앙에 투입하며 이니에스타를 전방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니에스타는 전방에 머물기 보다는 자주 중앙으로 내려오며 미드필더 싸움에 개입했다. 덕분에 아스날은 나스리를 중앙으로 이동시켰지만 수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전술 포인트③ l 아스날의 '15분 역전극'
벵거 감독은 76분 또 다시 변화를 줬다. 월콧을 빼고 니클라스 벤트너를 투입했다.(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에버턴전에서도 아스날은 아르샤빈과 벤트너 투입 이후 2-1 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비록 아르샤빈과 벤트너 투입의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지만, 아스날은 2분 뒤 동점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반 페르시가 크로스나 가능할 법한 각도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바르셀로나의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골을 허용한 바르셀로나는 라인을 끌어올리며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그로인해 아스날에게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잭 윌셔가 절묘하게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벗어나 파브레가스에게 연결했고 이것이 우측면의 나스리를 거쳐 아르샤빈의 역전골로 연결됐다. 제라드 피케의 위치선정도 잘못됐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우측 풀백 다니엘 알베스였다. 알베스는 반 페르시와 아르샤빈이 전력 질주를 할 동안 어슬렁거리며 그들을 뒤 쫓았고, 덕분에 아르샤빈은 아무런 방해 없이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갈무리 l 기회와 위기
이날 경기는 터닝 포인트는 67분 교체였다. 과르디올라는 너무 이른 시간에 비야를 빼며 공격보다는 점유율을 높이는데 치중했고, 덕분에 아스날은 수비적 부담을 줄인 채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물론 아스날에게 조금 운이 따른 것도 사실이다. 전반에 메시의 추가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며 추격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반 페르시의 절묘한 골이 터지며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었다. 또한 과르디올라의 실수도 한 몫을 했다.
이제 남은 건 캄푸 누 원정이다. 과연, 벵거 감독은 2차전에서도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압박 체제를 유지할까? 아스날은 2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8강에 오를 수 있다. 즉,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릴 경우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압박 전술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수비라인을 내린 뒤 월콧을 이용한 역습 전술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바르셀로나가 비교적 쉽게 빌드 업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