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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 l 아스날 vs 첼시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아스날이 첼시를 상대로 3-1 완승을 거두며 징크스 탈출에 성공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고 모처럼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시오 월콧은 시종일관 첼시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의 승리였다.

선발 라인업 l 파브레가스 vs 램파드
파브레가스가 선발 명단에 복귀한 가운데, 아르센 벵거 감독은 마루앙 챠마크 대신 로빈 반 페르시에게 최전방을 맡겼고, 안드레이 아르샤빈을 빼고 월콧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포백 라인에도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세바스티앙 스킬라치가 빠지고 요한 주루가 로랑 코시엘니와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맨유전에 결장했던 우카시 파비안스키가 골문을 지켰다.

첼시는 경기 직전 니콜라스 아넬카가 가벼운 부상을 당하며 살로몬 칼루가 선발 명단에 대신 이름을 올렸고 최근 오랜 부상에서 돌아온 프랭크 램파드가 존 오비 미켈, 마이클 에시엔과 함께 중원에 이름을 올렸다. 최전방에는 아스날 킬러 디디에 드로그바가 포진했고 오른쪽 풀백에는 파울로 페헤이라가 나섰다.

전술 포인트 l 반 페르시와 월콧
앞서 언급했듯이 이날 벵거 감독은 챠마크와 아르샤빈을 빼고 반 페르시와 월콧을 투입했다.(적어도 올 시즌 만큼은 챠마크와 아르샤빈이 좀 더 주전에 가까운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하고 반 페르시와 월콧을 투입한 결정은 조금 의외였다) 그렇다면, 벵거가 이 같은 결정은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반 페르시 투입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가져 오기 위함이다. 1) 파브레가스의 전방 침투와 2) 중원 싸움의 승리다.

반 페르시는 기본적으로 전방 원톱 보다는 처진 공격수에 더 어울리는 선수다.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처럼 전방에 머물기 보다는 후방으로 내려와 볼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이선 공격수들의 침투를 이끌어낸다.(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웨슬리 스네이더와 이 같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실제로 이날 반 페르시는 직접 골을 넣기 보다는 상대 센터백을 유인하며 공간을 만들었고 그 결과 송 빌롱, 파브레가스, 월콧이 3골을 터트렸다.

월콧의 투입은 다소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기도 했다. 사실 월콧은 선발로 나서기에는 기복이 심한 선수다. 또한 빠른 스피드를 갖췄지만 때론 이것이 독이 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약한데다 지나치게 측면 돌파를 고집함에 따라 상대에게 오히려 많은 공간을 내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벵거는 왜 아르샤빈 대신 월콧을 선택한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나스리의 공격력 극대화와 2) 월콧의 활동반경 때문이다.

아스날은 지난 10월 첼시 원정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애슐리 콜이 만든 두 번의 크로스가 모두 골로 연결됐다. 당시 벵거 감독은 (좌)아르샤빈, (우) 나스리를 내세웠다. 문제는 우측의 나스리가 애슐리 콜을 견제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나스리는 월콧과 달리 측면보다는 중앙지향적인 선수다. 애슐리 콜이 터치라인을 활용한 오버래핑을 시도할 때 나스리는 매번 그를 놓쳤다.

벵거 감독은 당시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고 이번에는 나스리를 왼쪽으로 이동시켰다.(첼시의 오른쪽 풀백은 페헤이라였다.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페헤이라는 모든 면에서 나스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또한 애슐리 콜과 달리 오버래핑도 적었기 때문에 나스리가 수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반면 오른쪽에는 월콧을 투입해 애슐리 콜의 오버래핑을 견제했다. 결과적으로 애슐리 콜은 이 경기에서 단 한 개의 크로스도 시도하지 못했고 월콧에게 1골 1도움을 허용하며 완패했다.

전반전 l 송 빌롱의 선제골
아스날 미드필더진의 활약도 눈부셨다. 송 빌롱과 잭 윌셔는 각각 93%와 91%의 패스 성공률을 선보이며 중원을 장악했고,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이 성공시킨 모든 득점에 기여했다. 과거 아스날은 매번 첼시의 터프한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송과 윌셔는 에시엔과 미켈 보다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고 이것은 아스날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아스날에겐 송의 선제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송 빌롱을 시작으로 윌셔와 파브레가스를 거친 볼은 다시 송에게 연결됐고, 송은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올 시즌 자신의 4번째 골이자 이날의 선제골을 터트렸다. 만약 0-0으로 전반이 마무리됐다면 아스날에게는 좀 더 어려운 경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주도권을 쥔 채 골이 터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날의 적극적인 압박도 빛났다. 이날 아스날은 무려 23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는데(첼시는 14개에 그쳤다) 그 중 10번을 상대 진영에서 성공했다. 반면 첼시는 상대 진영에서 단 한 개의 가로채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아스날의 움직임 좋았다는 얘기다.

후반전 l 첼시의 교체, 월콧의 질주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미켈을 빼고 브라질 출신의 하미레스를 투입했다. 그리고 에시엔을 미켈의 자리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시켰다. 이로 인해 첼시는 중원 싸움에 활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파브레가스에게 더 많은 공간을 내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사실 이날 미켈의 플레이는 최악에 가까웠지만 그가 있었기에 전반에 파브레가스를 봉쇄할 수 있었다.(비록 송의 선제골에 기여하긴 했지만)

실제로 첼시는 미켈이 빠져나간 이후 파브레가스에게 1골 1도움을 허용했다. 월콧의 패스를 받아 너무도 쉽게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렸고, 몇 분 뒤에는 월콧의 쇄기골을 도왔다. 물론 단순히 미켈이 없었기 때문에 연속해서 실점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긴 했지만 좀 더 결정적인 이유는 첼시 선수단 전체의 집중력 저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첼시는 불과 2분 사이 2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졌다.

어쨌든 일찌감치 3-0 스코어가 되며 사실상 경기는 끝이 났다. 첼시 수비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헤딩으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올 시즌 아스날이 이바노비치의 골처럼 세트피스시 유독 공중 볼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뉴캐슬전에서는 앤디 캐롤에게 헤딩골을 허용했고,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유네스 카불에게 헤딩 역전골을 내주며 패했다)

갈무리 l 잠자는 첼시

아스날에겐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경기였다. 리그 2위에 올라서며 맨유와의 우승경쟁을 이어갈 수 있게 됐고 첼시전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아스날의 경기력은 첼시전 3-1 승리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이날 스킬라치 대신 출전한 주루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1월 이적 시장을 통해 중앙 수비수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

경기 후 안첼로티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첼시는 잠들어 있다. 깨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최근 첼시의 플레이는 실망 그 자체다. 공격은 단조롭고(12개 슈팅 중 1개의 유효슈팅) 수비는 불안하다. 확실한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그것이 감독 교체가 됐건, 새로운 선수의 영입이 됐건 간에 지금 첼시에게 필요한 건 변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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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0/12/31 19:26

    언제나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