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2-3 네덜란드]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용기있는 결단
[피치액션 l 안경남] 네덜란드가 32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다. 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았다. 토탈풋볼을 버리고 실리축구를 택한 네덜란드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았다. 우루과이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팽팽했던 전반전의 흐름은 베르트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선수 변화로 인해 깨졌고, 네덜란드는 승리를 거뒀다.
선발 라인업
두 팀 모두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는 없었다. 경고 누적으로 인해 기존의 라인업과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예상했던 변화였다. 우루과이는 4명의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하며 중원을 강화했다. 완테르 가르가노가 전진된 위치에 배치됐고, 알바로 페레이라는 왼쪽 측면으로 넓게 포진했다. 그리고 디에고 페레스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섰다.
네덜란드는 경고 누적으로 빠진 나이젤 데 용과 그레고리 반 데 빌을 대신해 데미 데제우와 칼리트 불라루즈가 선발 출전했다. 데제우는 마르크 반 봄멜과 짝을 이뤘고, 블라루즈는 오른쪽 풀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최전방엔 변함없이 로빈 반 페르시가, 좌우 측면에는 디르크 카윗과 아르옌 로벤이 배치됐다.
중거리 슛
전반전 흐름은 팽팽했다. 네덜란드는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느린 템포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우루과이는 중앙을 두텁게 유지하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방에 디에고 포를란과 에디슨 카바니는 많이 움직이며 상대를 견제했고, 나머지 8명은 수비진영에 머물며 지역 방어를 펼쳤다.
예상대로 네덜란드는 우측의 로벤을 이용한 공격을 자주 시도했다. 그러나 돌파가 쉽지는 않았다. 왼쪽 풀백으로 나선 마틴 카세레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로벤을 잘 막나냈기 때문이다. 카세레스의 경우, 본래 센터백 출신인데다 오른발잡이였기 때문에 로벤의 그러한 움직임에 대처를 매우 잘했다. 또한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알바로 페레이라 역시 후방까지 적극적으로 내려와 수비를 펼쳤다.
네덜란드의 공격은 주로 오른쪽에서 이뤄졌지만, 선제골은 왼쪽에서 터졌다. 오버래핑에 나선 지오반니 반 브롱코스트가 환상적인 중거시 슛으로 우루과이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페레스가 잠시 중앙으로 쏠렸고, 그 틈을 이용해 반 브롱코스트가 위협적인 깜짝 슈팅을 시도한 것이다. 이때 카윗의 움직임도 좋았다. 그는 순간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며 우루과이 풀백을 유인했고 그로인해 반 브롱코스트는 보다 쉽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잇었다.
우루과이의 동점골도 중거리 슈팅에 의해 나왔다. 사실 이날 포를란과 카바니는 공격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 선수를 제외하곤 나머지 8명의 선수들이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특히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가르가노는 본래 홀딩 미드필더다. 때문에 수비적으론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공격적으론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또한 네덜란드가 기본적으로 수비진영에 늘 6명(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와 4명의 수비)을 배치하다보니, 쉽게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그 틈이 벌어진 건, 포를란과 카바니의 콤비 플레이에 의해서였다. 포를란에게 어렵게 볼이 연결됐고, 이때 카바니가 측면으로 빠지며 네덜란드의 수비진을 유인했다. 공간이 열리자 포를란은 지체없이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반 데 바르트의 투입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데 제우를 빼고 라파엘 반 데 바르트를 투입했다. 상당히 공격적인 변화였다. 승리를 위해선 골이 필요했지만, 동점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전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 마르크바이크 감독은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우루과이의 미드필더진이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루과이는 3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그로인해 공격적으로 크게 위협적이지 못했다)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이점을 주목했고, 반 데 바르트를 투입하며 4-1-4-1 포메이션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오스카 타바레즈 감독은 이에 대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홀딩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고 공격자원을 늘렸지만, 계속해서 수비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의 이 같은 변화는 성공적이었을까? 결과적으론 이후 2골이 터지며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전술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온 도박은 아니었다. 반 데 바르트 투입으로 인해 공격지역에서의 속도와 정확성 그리고 찬스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카윗과 스네이더가 전반에 비해 다소 처진 위치로 내려오며 실질적으로 큰 위협을 가하진 못했다.(반면 로벤은 전반처럼 계속해서 전진된 위치에서 카세레스를 위협했다)
오히려 우루과이의 공격전개가 더 수월해졌다. 네덜란드가 한 명의 홀딩 미드필더(반 봄멜)을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네덜란드의 손을 들어줬다. 웨슬리 스네이더의 추가골이 나온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반 페르시와 로벤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자, 우루과이 수비진이 한쪽에 쏠렸고, 이때 왼쪽에 있던 카윗과 스네이더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스네이더는 볼을 잡은 뒤 박스 근처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며 득점으로 연결됐다.(오프사이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전 경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굳히기
세 번째 골은 좀 더 완벽했다. 카윗이 왼쪽에서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고, 로벤이 쇄도하며 헤딩으로 골문 구석을 노렸다. 페르난도 무슬레라 골키퍼도 그냥 쳐다볼 수 밖에 없는 골이었다. 스코어가 벌어지자 네덜란드는 보다 쉽게 경기를 리드했고, 우루과이는 선수 교체를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타바레즈 감독은 알바로 페레이라를 빼고 세바스티안 아브레우를 투입하며 공격숫자를 늘렸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92분에 프리킥 상황에서 막시 페레이라가 추격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에 골이 터졌고, 네덜란드는 남은 시간을 잘 막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감독의 선택
작은 변화가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네덜란드는 하프타임을 이용해 일찌감치 변화를 줬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반 데 바르트의 투입이 네덜란드 승리에 결정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전술적 변화보다는 스네이더의 슈팅이 운 좋게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선택 또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결승 티켓이 걸린 경기에서 그토록 빨리, 조금은 위험한 교체를 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 타바레즈 감독은 계속해서 투톱을 유지했고, 네덜란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재빨리 대처하지 못했다. 물론 루이스 수아레스의 결장으로 인해 마땅한 공격카드가 부족했고, 네덜란드를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펼친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네덜란드가 공격 숫자를 늘렸을 때 계속해서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타바레즈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상당히 안정적인 전술로 우루과이를 4강으로 이끌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