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0-0 알제리] 저조한 득점력, 최악의 경기력
[피치액션 l 안경남] 잉글랜드의 당연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잉글랜드는 알제리를 상대로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놀라운 활약을 선보였던 웨인 루니는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스티븐 제라드와 프랑크 램파드 등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들도 알제리의 수비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잉글랜드 개인 능력과 전술, 모든 면에서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반면 알제리는 탄탄한 수비와 역습을 통해 경기 내내 잉글랜드를 괴롭혔다.
선발 라인업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미국전에서 실수를 저지른 로버트 그린 대신 데이비드 제임스가 골문을 지켰고, 제이미 캐러거가 부상을 당한 레들리 킹의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미국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던 제임스 밀너가 빠지며 부상에서 돌아온 가레스 배리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알제리는 슬로베니아전과 비교해 두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라픽 데부르가 빠지고 라이드 보우데보우즈가 스리톱의 한 자리를 차지했고, 라이스 음보리가 새롭게 골문을 지켰다. 두 팀 모두 1차전에서 실수를 저지른 골키퍼를 교체한 셈이다.
잉글랜드의 경우 배리를 투입하며 중원에 변화를 줬지만 포메이션은 그대로 유지됐다. 배리가 램파드와 함께 중원을 지켰고 제라드가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공격을 전개했다. 반면 알제리는 보우데보우즈가 우측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슬로베니아전에서 처진 공격수 역할을 했던 마트무르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알제리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수비에 중점을 뒀다. 좌우 윙백이 수비시에 적극적으로 내려오며 5-4-1 시스템 형태를 유지했다. 그 때문에 잉글랜드는 상대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윙백으로 나선 포에드 카디르와 나디르 벨하지는 활약이 뛰어났다. 두 선수는 공격시에 측면으로 넓게 벌리며 잉글랜드 미드필더진을 혼란에 빠트렸고, 수비시에는 좌우 풀백인 글렌 존슨과 애슐리 콜의 오버래핑을 저지했다.
잉글랜드, 무기력한 공격력
잉글랜드는 알제리의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는 알제리가 스리백을 두며 잉글랜드 투톱과의 숫자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전방에 에밀 헤스키가 묶인 가운데, 루니의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좌우로 넓게 움직이거나 상대 센터백을 끌어들이며 제라드와 헤스키가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했지만, 활동 폭이 좁고 공격 진영에서 위치 또한 좋지 못했다.
측면 공격도 무기력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아론 레넌은 벨하지를 압박하지 못했다. 오히려 카림 지아니와 벨하지에게 측면 공격을 내줬고, 이 때문에 존슨은 수비 진영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왼쪽의 애슐리 콜은 전방으로 적극적으로 올라가며 상대를 압박했다. 덕분에 제라드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고, 잉글랜드의 유일한 공격루트로 활용됐다.(그러나 최전방 공격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유효 슈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패스의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집중력과 관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공격지역에서 패스 미스가 많다보니 상대 수비수를 벗겨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 패턴도 매우 단조로웠다. 왼쪽에서 제라드가 중앙으로 움직이며 프리롤 역할을 수행했지만 루니가 부진하고, 헤스키가 고립되다 보니 마무리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또한 오른쪽에선 레넌이 공간을 넓게 활용해야 했지만, 제라드와 똑같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며 알제리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다.
한편, 공격적인 부분은 아쉬웠지만 배리가 복귀한 수비는 비교적 안정감을 더했다. 배리는 상대 공격수의 전진을 막고 수비 진영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며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확실히 제라드-램파드 조합보다는 배리-램파드 조합이 수비적으론 안정돼 보였다.
알제리의 위협적인 역습
알제리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경기를 지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중원에 많은 숫자를 놓으며 압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방에 스리톱이 후방까지 내려오며 미드필더 싸움에 힘을 보탰고 좌우 윙백이 전진하며, 많게는 6명에서 7명이 미드필더 지역에 밀집했다.
공격 전개도 날카로웠다. 측면 미드필더와 좌우 윙백이 연계 플레이를 통해 잉글랜드의 수비진을 계속해서 위협했다. 특히 왼쪽에서 지아니의 돌파와 벨하지의 오버래핑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는 전방으로 볼이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측면까지 돌파는 성공했지만 중앙의 마트무르가 볼을 잡지 못하면서 유효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제 잉글랜드는 C조 3위로 내려앉았다. 슬로베니아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초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창의적이지 못했고, 패스 미스가 너무도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골을 넣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알제리는 매우 훌륭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알제리 역시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슬로베니아와 잉글랜드전 모두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움직임은 좋았지만 전방에서 마무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전마저 득점에 실패한다면 16강 진출은 사실상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