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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전 l 선발 라인업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는 경기였다. 우승 트로피가 달린 결승전이었지만, 양 팀은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그에 걸 맞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타지 생활을 하는 탓에 솔직히 올 시즌 K-리그를 제대로 볼 기회가 많지 못했다. 다운로드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영국의 인터넷 속도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다행히 현지 인터넷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나름 고화질의 동영상을 구할 수 있었다.

선발 라인업 l 산토스 vs 제파로프
홈팀 제주는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박경훈 감독은 올 시즌 제주가 가장 잘했던, 잘하고 있는 포메이션을 들고 결승 1차전에 임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구자철과 홍정호가 전북과의 PO에 이어 계속해서 선발 명단에 포함됐고(구자철은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배기종과 네코가 좌우 측면에 배치됐다. 그리고 산토스는 최전방 김은중 뒤에서 처진 공격수로 나섰다.

정규리그 우승 이후 오랜만에 경기를 치른 서울은 선발 명단에 다소 변화를 줬다. 가장 큰 변화는 아디의 복귀다. 경남전에서 광대뼈가 함몰됐던 아디는 안면 마스크를 쓰고 제주전에 나섰다. 하대성과 아디가 중원을 구성했고 정조국 대신 우크라이나 출신의 제파로트가 데얀의 파트너로 출격했다. 표면상으로 4-4-2였지만, 제파로프가 자주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오며 4-5-1 혹은 4-4-1-1의 형태를 띄었다.

제주는 전형적인 4-2-3-1을, 서울은 4-4-2의 변형인 4-4-1-1을 사용했지만, 시스템상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비슷한 점이 더 많았다. 양 팀 모두 전형적인 투톱 공격수를 쓰지 않고, 원톱과 처진 공격수(플레이메이커)를 선택했고 측면에 스피드와 돌파력이 좋은 선수들을 배치했다. 차이점이라면 산토스와 제파로프의 움직임이 다소 달랐다는 것인데, 산토스는 주로 전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제파로프는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이며 중원 싸움에 가담했다.

역습 상황이었지만, 분명 제주(주황색) 보다 서울(노란색) 수비 숫자가 더 많았다. 그러나 제주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좋았다. 특히 네코는 측면으로 움직이며 아디를 끌어들였고, 배기종이 그 공간(중앙)으로 파고들며 골을 터트렸다.


공격 전개 l 스타일의 차이
산토스와 제파로프의 차이는 양 팀의 공격 스타일 차이로 이어졌다. 제주는 중원에서 구자철과 박현범이 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려 노력했고, 공격 시 김은중의 머리를 이용하거나 롱패스(혹은 전진패스)를 통해 산토스, 배기종의 스피드를 활용했다. 그리고 이는 서울의 수비를 흔드는데 성공했다. 배기종의 선제골과 산토스의 추가골이 바로 그 증거다. 선제골 장면에서 제주는 배기종의 스피드를 활용해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다. 이때 산토스와 김은중 그리고 네코가 폭넓게 움직임을 가지며 서울 수비진을 후퇴하게 만들었고, 배기종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며 중거리 슛으로 골을 터트렸다.(현영민의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 배기종과의 거리를 지나치게 유지했고 너무도 쉽게 태클을 시도했다)

후반 산토스의 추가골도 비슷한 과정에서 나왔다. 구자철이 후방에서 산토스를 향해 전진 롱패스를 연결했고, 산토스가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통해 서울의 골망을 재차 흔들었다. 이번에도 서울의 수비진이 산토스의 움직임을 쫓아 뒤로 물러서다 슈팅을 허용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김은중의 볼 터치였다. 이날 김은중은 전반에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지만 모두 볼 터치 실수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만약 제주의 최전방 공격수가 훨씬 빠르며 볼터치가 좋았다면 제주는 좀 더 쉽게 골을 만들 수도 있었다.

반면 서울은 몇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초반 제파로프의 슈팅은 수비수의 육탄방어에 막혔고 이후에도 아슬아슬하게 수비진에 의해 패스가 차단됐다. 제주가 주로 전진패스를 통해 서울의 뒷공간을 노렸다면, 서울은 최태욱의 측면 돌파와 제파로프의 이선 침투로 기회를 만들었다. 데얀의 결정력이 조금은 아쉬웠다. 비록 추격골을 성공시키며 동점골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2년 전 결승전에서의 안 좋은 추억 때문인지, 평소보다 문전에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윙백의 전진 l 최효진 효과
과거 포항시절 만큼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진 않았지만,(파라이스 감독과 달리 빙가다 감독은 최효진에게 공격 보다는 수비적 임무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 이날도 최효진의 공격 가담은 위협적이었다. 물론 경기의 흐름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효진이 적극적으로 전진함으로 인해, 제주의 네코는 자주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불러왔다. 서울이 제주와의 중원 싸움에서 약간의 우세를 가지는데 도움을 줬고(비록 2골을 먼저 허용했지만, 힘 싸움에서 서울이 조금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네코의 공격 가담을 최소화시키는데 일조했다.

후반 55분 l 정조국, 김치우 투입 이후


빙가다의 승부수 l 정조국과 김치우 투입
산토스의 추가골이 터지자, 빙가다 감독은 곧바로 김동우와 이승렬을 빼고 정조국과 김치우를 투입했다. 과감한 교체였다. 이승렬과 김치우의 경우 포지션이 같지만, 센터백 김동우 대신 공격수 정조국을 투입한 것은 자칫 무리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빙가다가 중앙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디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아디는 김동우 대신 중앙 수비수로 이동했고, 제파로프가 중앙으로 내려와 하대성과 호흡을 맞췄다. 즉, 기존의 4-4-1-1에서 전형적인 4-4-2로 시스템을 전환한 것이다.

효과는 3분 만에 나왔다. 김치우의 슈팅이 김호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데얀이 밀어 넣으며 한골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제주 수비의 대처가 아쉬웠다. 김치우에게 슈팅할 수 있는 거리를 허용했고, 이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후 경기는 서울의 주도권 속에 진행됐다. 박경훈 감독은 하프타임 인터뷰에서 공헌했듯이 수비라인을 끌어내린 뒤 역습을 노렸는데, 문제는 좀처럼 서울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은 투톱 전환 이후 전방에서 상당히 적극적인 압박을 가했고 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반면 제주 선수들은 후반 들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다.(특히 구자철은 전반과 비교해 움직임이 많이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제주의 굳히기 l 오승범 투입, 4-3-3 전환
결국 박경훈 감독은 후반 막판 네코를 빼고 오승범을 투입하며 4-2-3-1에서 4-3-3으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전방에 김은중을 중심으로 좌우 측면에 이현호와 김영신을 배치했고,(두 선수의 경우 후반에 투입된 만큼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고, 박경훈 감독은 이를 활용해 전방부터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이었다) 오승범은 구자철, 박현범과 중원을 두텁게 유지했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고, 수비를 두텁게 하기 위해선 공격수 한 명을 줄이고 수비를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김치우의 위치선정이 빛난 장면이다. 반면 제주 선수들은 제파로프의 크로스에 속아 모두 박스 안으로 들어갔고 그로인해 김치우에게 슈팅 할 수 있는 공간을 내줬다. 수비 숫자는 많았지만, 서로간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는 한 번의 실수로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쩌면,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늘린 선택이 독이 됐는지도 모른다. 후반 추가시간, 제파로프가 우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려하자 제주의 미드필더는 모두 페널티 박스 안으로 이동했다. 이 때 김치우는 박스 밖에 머물렀고, 제파로프의 크로스를 받아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분명 제주는 수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했지만, 세 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수비적으로 움직이며 박스 밖에 있던 김치우를 놓치고 말았다. 사실 김치우의 움직임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왼쪽 미드필더다. 때문에 그를 마크해야할 선수는 제주의 오른쪽 풀백 이상호다. 제파로프의 크로스 당시 김치우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했고, 이때 그를 견제해야할 사람은 제주의 미드필더였지만, 세 선수 모두 박스 안으로 이동하며 김치우에게 완벽한 오픈 찬스를 제공하고 말았다.

감독의 두뇌싸움 l 기대되는 2차전
후반 초반 빙가다 감독의 전술 변화와 그에 따른 박경훈 감독의 대응책 모두 상당히 인상적인 경기였다. 양 팀의 스코어가 말해 주듯 감독간의 두뇌싸움 또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시작은 박경훈 감독의 승리였고, 마지막은 빙가다 감독의 승리였다. 이제 양 팀은 1차전을 통해 서로 간의 약점을 완벽히 파악했을 것이다. 제주는 산토스와 배기종의 침투가 위협적이었고, 서울은 원톱 보다 투톱 시 더 위력을 보였다. 아마도 양 팀의 고민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일 것이다. 제주는 부상을 안고 1차전을 풀타임 소화한 구자철의 회복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서울은 아디의 몸 상태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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