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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액션 l 안경남] 스페인이 또 다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도 비슷했다.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했고, 페르난도 토레스가 교체되기 전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스코어도 1-0이었다. 마치 포르투갈과의 16강전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선발 라인업
스페인은 비대칭 형태의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선발 명단에 변화는 없었다. 최전방에 토레스가 위치했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다비드 비야는 왼쪽 윙포워드로 출격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 움직임은 달랐다. 이니에스타는 오른쪽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주로 왼쪽에서 플레이를 펼쳤다. 비야는 중앙으로, 토레스는 오른쪽으로 다소 이동하며 투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이 같은 전형은 경기 초반 15분 동안 지속됐고, 이후에는 이전의 전형으로 돌아왔다)

파라과이는 일본전과 비교해 6명의 변화를 줬다. 주로 교체 멤버로 뛰었던 오스카르 카르도소와 넬손 발데스가 투톱으로 나섰고, 중원에선 에드가르 바레토와 조나단 산타나가 출격했다. 시스템에 변화는 없었다. 8강 진출팀 가운데 유일하게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미드필더와 포백 사이의 간격을 상당히 좁게 유지했고, 측면 보다 중앙을 두텁게 유지하며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다.(스페인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던 스위스의 전술을 벤치마킹한 듯 했다)

파라과이의 압박법
스페인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샤비 에르난데스와 이니에스타를 견제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수비진영 깊숙이 배치한다. 그러나 이날 파라과이는 샤비와 이니에스타가 아닌, 그들에게 전달되는 볼을 차단하려 애썼다. 즉,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사비 알론소를 더 강력하게 압박한 셈이다.

파라과이의 대처법은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측면이 열리는 약점을 보였다. 파라과이의 미드필더들이 모두 중앙에 쏠리며 스페인의 오른쪽 풀백인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이니에스타도 마찬가지다. 이니에스타는 중앙 보다 오른쪽 측면에 있을 때 더 많이 볼을 잡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라모스의 경우, 크로스가 부정확했고 돌파력도 좋지 못했다. 그리고 이니에스타도 측면 공략에 실패했다.(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알론소가 상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인 부스케츠 보다 더 깊이 내려와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이다. 알론소는 후방에서 볼 소유시간을 늘리며 전진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 파라과이는 미드필더 4명이 샤비와 이니에스타를 맨마킹하지 않고, 패스의 시발점인 알론소와 부스케츠의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뒀다. 위 사진에서도 파라과이(노란색) 미드필더들이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후방에 있는 샤비와 이니에스타(빨간색)이 아닌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파라과이의 압박법은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 포백은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상대에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고, 중원에서 패스의 시발점인 알론소와 부스케츠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연결고리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리고 전방에 위치한 카르도소와 발데스는 주로 상대진영에 머물며 헤라드 피케와 카를레스 푸욜이 볼을 잡을 때마다 압박을 시도했다. 때문에 스페인은 평소와 달리 수비 진영에서 안정적인 볼 처리를 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고민
스페인의 가장 큰 문제는 원톱 토레스였다. 이날 토레스는 공격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골 침묵이 길어지자 자신감이 결여돼 보였고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토레스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현재 스페인의 시스템에서 토레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내리며 수비지향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토레스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이전의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스페인의 또 다른 문제점은 측면 공격의 부재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다비드 실바, 헤수스 나바스, 후안 마타 등 측면 자원 대신 이니에스타와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중앙 자원들을 선호하고 있다. 파라과이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니에스타의 경우 측면 보다 중앙에서 자주를 플레이를 즐겼고, 이 때문에 스페인은 중앙에 4명의 미드필더가 배치됐다. 스페인이 4-2-3-1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4-2-2-2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로인해 측면 공격이 원활하지 못하는 점이다. 오른쪽 풀백인 라모스가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하고 있지만, 마이콘이나 다니엘 알베스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크로스는 번번이 수비에 걸렸고, 돌파 또한 쉽지 않았다.

파브레가스의 투입

결국 전반은 0-0으로 끝이 났고, 후반 역시 별다른 변화 없이 시작됐다. 전술적으로 토레스의 교체는 불가피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후반 55분 토레스를 빼고 파브레가스를 투입했다. 사실 55분까지 스페인의 문제점을 생각하면, 장신의 페르난도 요렌테 혹은 측면 윙어가 투입되는 것이 옳은 선택으로 보였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파브레가스를 투입하며 중원을 더욱 두텁게 유지했다.

예상대로 파브레가스의 투입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물론 경기력에 있어서 파브레가스가 토레스보다 나앗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토레스 대신 비야가 최전방에 서고 파브레가스가 중앙에 위치하자, 공격루트가 대부분 중앙으로 쏠리며 안 그래도 밀집된 파라과이의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혼전 속에 양 팀은 각각 한 차례씩 기회를 잡았다. 파라과이가 먼저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피케가 카르도소에게 파울을 범했고,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혔고, 스페인은 곧바로 비야가 페널티킥을 얻으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다. 알론소가 처음에 성공을 시켰지만, 스페인 선수들이 너무 일찍 페널티 박스 라인을 넘어오며, 다시 차야했고 재차 시도한 킥은 후스토 비야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측면을 강화하다

결국 후반 15분을 남기고 스페인이 변화를 줬다. 알론소가 빠지고 윙어인 페드로가 투입됐다. 페드로의 투입은 결과적으로 비야의 결승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페드로는 상대 풀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측면을 노렸고, 이니에스타가 개인능력을 통해 파라과이의 느슨해진 포백수비를 무너트리며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니에스타는 파라과이 수비수 두 명을 재친 뒤 우측에 있던 페드로에게 볼을 연결했고, 페드로의 슈팅은 좌측 골대를 맞은 뒤 중앙에 있던 비야에게 향했다. 볼을 잡은 비야는 재차 슈팅을 통해 굳게 닫혀 있던 파라과이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물론 페드로의 투입이 경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측면이 강화됐고, 이니에스타-페드로-비야로 연결되는 공격 루트가 개척됐다. 만약 계속해서 알론소가 경기장에 있었다면, 스페인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을지 모르지만 이처럼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실점을 허용한 파라과이는 이후 산타 크루스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이번에도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한 번 리드를 잡은 스페인은 볼 점유율을 더욱 높이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리드 상황에서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보통 앞서고 있는 팀들은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지만 스페인은 오히려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자신들이 주도한다. 때문에 뒤지고 있는 팀의 입장에선 앞서고 있는 스페인을 상대로 공격 기회를 잡기가 매우 힘들다.

토레스 딜레마
스페인은 아직까지도 최적의 포메이션을 찾지 못했다. 델 보스케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토레스는 지독한 골 가뭄을 겪고 있으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중앙을 고집하고 있다. 실바, 페드로, 나바스 등 뛰어난 측면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독일과의 4강은 스페인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부진에 빠진 토레스의 기용여부와 중앙으로 쏠린 시스템의 변화 등 델 보스케 감독이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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