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7-0 북한] 두 얼굴의 북한, 수비라인이 붕괴되다
[피치액션 l 안경남] 스타일의 변화가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 북한은 지난 브라질전과 달리 공격적인 자세로 포르투갈을 상대했고, 결국 이것이 대패의 원인이 됐다. 전반에 북한의 움직임은 매우 뛰어났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렸지만 공격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며 포르투갈을 당황시켰고, 수비시에도 5백을 유지하며 포르투갈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다만, 이번에도 선제골이 문제였다. 실점 이후 북한은 만회골을 터트리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고, 이 때문에 포르투갈의 발 빠른 공격수들에게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마치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에서 그랬듯이 무모한 전진이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선발 라인업
포르투갈은 코트디부아르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를 줬다. 파울로 페헤이라를 빼고 좀 더 공격적인 미켈을 투입했다.(그러나 공격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파비우 코엔트랑이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중원에선 가벼운 부상을 당한 데쿠 대신 티아구가 선발 출전했고, 전방에선 우고 알메이다가 원톱을, 시망 사브로자가 오른쪽 윙포워드를 맡았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은 지난 1차전에서 문제가 됐던 포지션을 모두 교체한 셈이다.
반면, 북한은 브라질전과 똑같은 포메이션과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리준일을 중심으로 리광천, 박철진이 스리백에 배치됐고 좌우 윙백에 지윤남과 차정혁이 위치했다. 정대세가 최전방에서 변함없이 원톱을 맡았고, 안영학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선수 구성은 같았지만, 좀 더 공격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다. 전체적인 수비라인이 전진했고, 홍영조 전방으로 많이 올라가며 정대세와 투톱처럼 움직였다. 또한 중원에 박남철과 문인국도 하프라인을 적극적으로 넘나들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 데이라이프 / 호날두의 우아한 뒷목 트래핑
북한의 공세, 메이렐리스의 선제골
공격적인 북한의 자세는 경기 초반 포르투갈을 당황시켰다. 수비라인이 전진하며 미드필더 지역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몇 차례 위협적인 득점 찬스까지 만들어냈다. 반면 포르투갈은 북한의 약점인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 미켈과 코엔트랑을 전진배치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소 팽팽했던 흐름은, 티아구과 라울 메이렐리스의 창의적인 움직임에 의해 깨졌다. 티아구가 박스 근처에서 환상적인 전진패스를 통해 북한 밀집수비를 무너트렸고, 그 틈을 메이렐리스가 파고들며 득점에 성공했다. 안영학을 비롯해 북한 미드필더진이 티아구를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았고, 그 순간 스토퍼가 전진하며 북한의 뒷공간이 열렸다.
확실히 포백에 비해 5백은 수비수들간에 라인 유지가 힘들다. 세 명의 센터백과 윙백이 수비를 구축하다보니, 상대의 전진패스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단점이 있다 .지난 브라질전에서도 북한은 호비뉴의 전진패스와 엘라누의 쇄도에 추가골을 실점한 바 있다. 5백을 유지했지만, 스위퍼와 스토퍼 그리고 스토퍼와 윙백 사이로 파고드는 이선침투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풀백의 전진, 5백의 약점
포르투갈은 북한의 5백을 공략하기 위해 좌우 풀백에 변화를 줬다. 페헤이라 대신 좀 더 공격적인 미켈을 투입했고, 코엔트랑을 전진 배치시켰다. 브라질이 북한을 공략했던 방법을 그대로 이용한 셈이다. 코엔트랑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북한의 윙백을 유인했고,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시망이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북한의 스토퍼를 상대했다. 즉 풀백과 윙포워드를 통해 5백에게 압박을 가하고, 그 틈을 티아구와 메이렐리스가 파고든 것이다. 전반에 이 같은 움직임은 메이렐리스의 선제골로 연결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북한의 수비는 생각 보다 견고했고, 측면을 무너트리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후반이 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이미 1패를 기록한 북한은 포르투갈전에서 또 다시 패할 경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때문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라인이 모두 전진하며, 이전에는 볼 수 없는 공세를 펼쳤다. 결국 골키퍼와 최종 수비 사이에 많은 공간이 생겼고, 포르투갈이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측면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수비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너무 많은 골이 터져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였다. 실점이 늘어날수록 북한의 집중력을 떨어졌고, 승기를 잡은 포르투갈은 훨씬 여유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북한의 수비를 농락했다. 오히려 7골밖에 내주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포르투갈에겐 북한과 2차전을 가진 것이 행운이었다. 만약 브라질처럼 1차전에서 북한을 상대했다면 훨씬 어려운 경기를 펼쳤을 것이다. 퀘이로스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드러났던 공격의 문제점을 선수 교체를 통해 해결했다. 물론 포르투갈의 공격이 뛰어났다기 보단 북한 스스로 무너진 측면이 더 크다. 반면, 북한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승리를 위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버렸고, 이 때문에 힘든 경기를 했다. 죽음의 조를 넘기엔, 세계와의 격차가 아직은 너무도 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