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 시리아] 평가전: 박주영 대안은 제로톱?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51년 만에 아시안 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무서운 10대' 지동원과 손흥민의 등장에 언론들 모두 조금은 들뜬 기사를 내보냈지만 사실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물론 조광래 감독의 말처럼 이제 겨우 발을 맞춘 지 이틀이 지났을 뿐이고 해외파들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의 목표는 우승이다. 좀 더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선발 라인업 l 김신욱 원톱, 4-2-3-1
조광래 감독은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최전방에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김보경과 이청용이 측면에 배치됐고(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박지성이 측면으로, 김보경으로 중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성용과 이용래가 중원에 포진했다. 수비 라인은 큰 변화가 없었다. 최효진을 제외하곤 이정수, 조용형, 이영표에 골키퍼 정성룡까지 모두 남아공 월드컵 멤버로 구성됐다.
시리아는 4-4-1-1(혹은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키 플레이어는 등번호 10번의 알 카티브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알 지노와 함께 최전방 투톱 역할을 했지만, 미드필더 지역으로 자주 내려오며 플레이메이커처럼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이 시리아를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다소 고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반전 l 김보경 시프트
한국이 전반전에 무기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 원톱 김신욱의 부진 2) 김보경 시트프 실패 3) 압박의 부족이 가장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장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단국대 신연호 감독은 칼럼을 통해 "동작이 느리고 활동 폭이 좁아 상대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전방에서 공중볼은 물론 상대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공격 전개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기대를 모았던 김보경 시프트도 위력적이지 못했다.(혹자는 박지성 시프트라 부르고 있는데, 이날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스위칭 플레이의 핵심은 김보경이었다) 박지성과 이청용 모두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며 공간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그로인해 김보경 역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사실 김신욱의 부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원톱이 고립되다보니 제아무리 위치를 바꿔도 상대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용래의 활약은 비교적 준수했다. 위치는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후반에는 적극적으로 상대 문전까지 올라오며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도 보였다(홀딩 보다는 박스 투 박스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파트너 기성용과의 호흡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물론 처음부터 좋을 순 없다) 한 명이 공격에 가담하면, 다른 한 명은 뒤로 물러서 수비에 치중해야 했지만,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그로인해 상대에게 자주 역습을 허용했다.
후반전 l 지동원과 손흥민 투입
다소 딱딱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전은 매우 흥미로웠다. 조광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과 김보경을 빼고 지동원과 손흥민을 투입했다. 4-2-3-1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했지만 시스템의 차이는 확연했다. 일단, 원톱이 예상됐던 지동원은 처진 공격수(혹은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위치했고, 소속팀 함부르크에서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전방 원톱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전형적인 원톱은 아니었다. 가장 높은 위치에 배치됐지만 공격시 좌측면으로 빠지며 윙포워드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제로톱(Zero Top)을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지동원과 손흥민 투톱의 4-4-2같지만 두 선수 모두 기존의 투톱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동원은 수비시(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후방으로 내려와 미드필더 싸움에 가담했고, 공격시에는 좌우 가리지 않고 폭넓게 움직였다.(지동원이 오른쪽으로 빠질 경우 이청용이 중앙으로 침투했고, 왼쪽으로 빠지면 손흥민으로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때 박지성은 다소 처진 위치에서 이들을 보좌했다)
유병수와 구자철의 투입도 눈여겨 봐야할 필요가 있다. 지동원과 손흥민 투입 이후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지만, 결승골이 터진 건 유병수와 구자철이 투입된 이후였기 때문이다. 구자철이 상대 패스를 가로 챈 뒤 빠른 역습을 시도했고(개인적으로 조광래의 빠른 축구를 구사하기에는 기성용보다 구자철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이 과정에서 유병수가 완벽한 찬스를 제공했다. 지동원의 결정력도 뛰어났지만 사실 유병수와 구자철이 만든 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갈무리 l 베스트11은?
시리아와의 평가전 이후 대표팀의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됐다. 우선 1) 공격에선 '10대 듀오' 지동원과 손흥민이 조광래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유병수 역시 후반에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김신욱과 함께 후반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 중원에선 이용래가 90분 풀타임 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후반에 투입된 구자철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자임을 알렸다. 여기에 기성용과 윤빛가람까지, 가장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조광래 감독에겐 남은 시간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3) 수비는 최효진(오른쪽 풀백)을 제외하곤 사실상 주전이 굳혀진 분위기다. 최효진과 차두리의 주전 경쟁이 예상되며 곽태휘는 백업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